우리은행 ‘불법 외화송금’ 지점장 지시 증언
지점 직원 “가상자산업체를 무역업체로 수정”
우리은행 법인 재판 ··· 본점 책임 다시 부상
우리은행 ‘불법 외화 송금’ 사건을 다루는 재판에서 해당 지점 직원이 지점장 지시로 서류를 수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원본 제출이 필요한 서류에 사본이 제출된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우리은행 내부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17일 우리은행 법인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강 모씨는 사건 당시 우리은행 서울 은평뉴타운지점에서 근무하며 기업대출과 외국환 송금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다.
강씨는 트레이드 계좌개설 시 고객확인서를 원본으로 받아야 하지만 당시에는 사본을 받아 심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지점장 지시에 따라 거래 업체가 가상자산업체임에도 무역업체로 서류를 수정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지점장이 문제 없으니 진행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2021년부터 이듬해까지 발생한 엄 모 전 우리은행 은평뉴타운지점장의 불법 외화송금 사건에 대해 2023년 7월 양벌규정에 따라 우리은행 법인이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엄 전 지점장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6월까지 4개 업체의 송금거래(255건·3억2900만달러)를 취급하면서 무등록 외국환업무에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또 13회에 걸쳐 1300만달러 외환 거래를 미신고한 외국환거래 방조 혐의 등도 받는다. 엄 전 지점장이 취급한 외환은 한화 약 420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은평뉴타운지점 등에서 수입거래대금 지급 요청을 처리하면서 증빙서류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고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본점의 경우도 지점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엄 전 지점장은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2년 징역 3년과 추징금 2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2024년 2월 우리은행에 대해 기관경고, 3개 지점 업무 일부정지,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내렸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시 우리은행이 외국환거래법 신고 대상 여부 확인 의무 위반, 증빙서류 확인 의무 위반, 거짓 검사자료 제출을 했다고 판단했다. 또 금융사고 예방대책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미준수했다고 봤다.
한편 우리은행측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