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자치분권 강화와 탄소중립

2025-11-19 13:00:02 게재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이같이 제시했다. 2021년 10월 문재인정부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제시한 데 이어 그 이후 5년 간의 목표에 13~21%p를 추가한 것이다.

지난 5년 간 탄소감축 실행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 이제 시작하는 계획이니 제도 마련과 실행계획이 초반부터 수행되지 않았을 터고, 감축량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5년을 보내고 난 지금, 앞으로의 5년이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5년 후인 2030년 국가 NDC 목표인 40%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 상향 발표는 국민들에게 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의지를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감축률 50% 이상 되려면 구조변화 필요

탄소배출원 대부분인 에너지 시스템에서 에너지 소비량을 한자리수 % 비율(10% 미만)로 줄이는 과업은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가능한 일이다. 에너지 손실을 막고 불필요한 운전을 방지하면 어느 정도의 절감은 가능하다.

그러나 감축률을 30~50% 이상으로 올리려고 하면 주요 엔진을 바꾸거나 새로운 시스템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전력 부문에서 50% 이상의 탄소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 그 수행 과정은 전력공급원을 바꾸는 것과 함께 전력 송배전망을 바꾸는 것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은 원자력이냐, 신재생에너지냐의 문제뿐만 아닌 전력 송배전 시스템을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된다.

재생에너지가 국가 전력망에 편입되어 작동이 원활하게 되는 조건은 재생에너지 공급률이 전체 전력망에서 25~30% 정도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영국은 그 이상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미래 선진 전력망 연구개발과 실증을 위한 슈퍼젠(SUPERGEN) 프로젝트를 2003년 시작해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영국의 탄소감축 사업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진행하는 장기적 경제산업 전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탄소감축률 50% 이상을 달성하려면 국가 경제산업 재구조화를 전제한 사업이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의 탄소감축 전략은 단지 기술적인 부문에서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도 수반되어야 한다. 정부의 탄소감축률 목표 상향이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후속 조치들은 사회 시스템의 구조변화를 유발시키는 것들이 되어야 한다.

그중 하나의 예를 들면 지자체의 행정권한 확대와 재정확대 지원이다. 지자체의 입장에서 50% 이상의 탄소감축 목표를 계획한다면 그것은 환경과 혹은 어느 한 부서의 사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지자체 행정 부문 모든 곳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되므로 이를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자치정부 내 핵심 조직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 건축 및 지구단위 계획에 있어서도 지자체가 자체 인증제도 제정과 운영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서울특별시의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를 서울시 관할 내에서 시행하기 위한 법적권한의 이양이다. 모든 광역지자체들은 자신들의 기후환경적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각 지자체에 맞는 기준을 정의하고 건물 수송 폐기물 부문의 정책 틀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와 권한 나눠야 목표 달성 가능

만약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는 후속조치가 없다면 앞으로 5년도 별 성과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정책 수행 현장에서는 이 비현실적 목표들이 5년 후 재조정될 것이라는 냉소적 희망(?)으로 일상보고서 작성 사업처럼 다룰 것이다.

자치구의 전력 부문 탄소배출량은 국가 전력 탄소배출계수를 적용하므로 동일한 전력 소비량이라고 할 경우 국가의 에너지전환 결과에 따라 전력소비량 별 탄소배출계수가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자연감소분을 지자체 내의 에너지 소비량 데이터에 적용하면서 감축량 보고와 목표 재설정 작업을 기계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목표 달성을 못하면 그것은 국가의 책임이니 스스로 책임을 회피 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의 책임을 지면서 권한을 독점할 것인가 아니면 권한을 나누면서 책임을 지자체가 공동으로 지도록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 구조적 변화의 시작이다.

김재민 이젠파트너스 대표이사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