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연계 적합서 윤리 ② ‘능력주의’
공정함은 곧 정의인가? 능력주의를 묻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얼마나 공정한가. 마이클 샌델은 ‘누구나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자수성가할 수 있다’라는 말의 뒷면을 지적한다. 이 책을 읽고 능력주의의 맨 얼굴을 직시하면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보기 바란다.”
최정윤 서울외고 교사 등 윤리 교과 자문 교사단이 ‘공정하다는 착각’을 추천하는 이유다.
공정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 중 하나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을 분배함으로써 공정함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교육, 그중에서도 입시 관련 정책이나 뉴스에 ‘공정’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이 공정함을 실현하는 ‘능력주의’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책은 대학 입시와 학벌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시작부터 입시 비리가 왜 반복되는지 묻는다. 이어 현대 사회에서 교육은 계층 이동이 아닌 특권을 유지하는 수단(인재 선별기)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근거로 미국의 수능인 SAT 점수가 소득에 비례하며 저소득층의 명문대 진학 비율은 제자리걸음 중임을 통계로 보여준다. ‘학력은 개인이 노력해 얻은 정당한 결과’로 보는 능력주의에 의해 학력주의가 힘을 얻었고 부모 세대는 자신의 학력을 자녀에게 세습하며 기득권을 유지한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입시 비리’가 발생하는 한편 학력을 갖추지 못한 자에 대한 멸시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꼬집는다. 이는 학벌주의를 심화하고 나아가 직업이나 거주지 등의 서열화로 이어진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사회의 양극화는 ‘어쩔 수 없음’을 넘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된다. 샌델은 이를 사회적 연대가 파괴되는 지점이라고 지목한다. 이어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존 롤스 등 현대 자유주의 철학을 다채롭게 훑어보며 능력에 따른 보상이 정의롭다는 믿음의 불완전함을 설명한다. 현대 사회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를 다양한 사례와 통계, 철학과 연결해 흥미롭게 풀어나가기에 청소년들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 추천 도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길), 자본론(칼 마르크스·풀빛),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갈라파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