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주민들 “탈탄소, 지역생존과 직결”

2025-11-19 13:00:05 게재

기후솔루션, 포항 광양 등 2574명 설문 조사 … “심각한 위기상황에도 정부 대응 부족”

철강산업 중심 지역 주민들이 산업 위기를 체감하며 탄소중립 전환을 생존 과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실행 전략 부재로 현장의 절박함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25 철강산업 탈탄소 인식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8월 27일부터 12일간 광양 당진 순천 포항 등 제철소 소재 혹은 인근 지역 성인 25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2%p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5.3%가 철강산업이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다. 특히 포항 지역은 75%가 위기를 체감했다. ‘심각한 위기’로 느끼는 비율이 27.1%로 다른 지역의 두 배 수준이었다. 위기의 원인으로 국제 탄소 규제 강화가 꼽혔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국제적 탈탄소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7명은 기후 대응이 늦어질 경우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 응답자 대부분(79%)은 국제 경쟁력 약화 시 지역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역경제 침체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제철소 지역 주민의 64.9%는 ‘철강산업 위기로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겪었다’고 답했다. 포항의 경우 같은 응답이 80%에 달했다. △지역 내 일자리 축소 및 신규 고용 감소(77.3%) △소상공인 매출 감소 및 폐업 증가(66.5%)를 주요 어려움으로 꼽았다.

국내 철강산업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들이 미국 등지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정체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그린수소 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기반 제철 기반시설을 빠르게 확대하며 저탄소 고급강 시장을 선점 중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은 탈탄소 전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응답자의 71.2%는 탈탄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78.8%는 수출이 흔들릴 경우 지역경제도 직접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71.3%는 탈탄소 전환이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소환원제철 설비 전환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응답자의 72.5%가 전환에 찬성했으며, 33.7%는 가능한 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찬성 이유로는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 감축 △수출 경쟁력 강화가 꼽혔다. 주민들은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했다. 77%는 정부가 탈탄소 전환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61.9%는 철강산업의 중요성에 비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요구한 과제로는 수소 공급망·전력망 등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반시설 구축 지원(62.3%)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수소환원제철 실증과 청정수소 확보 등이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이행 전략과 실행 이행안이 미흡하다는 비판이다. 산업 정책과 탄소중립 전략이 별도로 설계돼 ‘탄소중립이 곧 산업 경쟁력’이라는 관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혜빈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철강벨트 지역은 이미 산업 전환이 곧 지역경제의 생존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의 전환 준비 속도는 여전히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수소환원제철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등 핵심 기반시설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보다 빠른 준비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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