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검역 US데스크가 뭐길래

2025-11-19 13:00:03 게재

한-미 관세협상에 갑자기 전담창구 설치 … 농업계 “LMO 검사도 간소화 우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검역 문제만 전담하는 ‘US 데스크’ 설치 목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미국산 식물검역에 대한 협력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농업계에서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와 일반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는 사전 절차로 보고 있다.

19일 농업계에 따르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US 데스크에 대해 “합의 내용은 식품과 농산물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장벽을 해소하기로 한 것”이라며 “특히 US 데스크 설치는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검역주권을 저버리고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0월 9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해외 가축 전염병과 식물 병해충 유입 방지를 위한 국경검역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농축산 분야가 최종 제외됐지만 비관세장벽인 검역이나 LMO 수입 문제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 US 데스크 설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정부가 나서 “US 데스크 설치 목적은 8단계 검역협상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것이 아니고 한-미 식물검역당국간 소통과 협력 차원”이라고 재차 밝혔지만 검역 간소화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식용 LMO에 대한 위해성 심사를 담당해 온 곳은 농촌진흥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다. 각 기관이 작물재배환경 등 영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식약처에서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왔다.

하지만 이번 US 데스크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설치된다. 미국산 LMO에 대한 위해성 심사까지 단일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것은 정부 정책에 따라 수입절차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친환경농업 단체를 이끄는 정모씨는 “기존 시스템에 따라 절차대로 검역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농식품부에 별도의 협력창구를 만든다는 것은 절차를 줄이거나 빠르게 하려는 의도뜻”라며 “그동안 지연돼 온 사과나 LMO 수입 문제를 풀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산 농산물 15개 품목이 한국으로 수출되기 위한 검역 절차를 밟고 있다. 외국산 농산물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수출국 요청 접수 △위험분석 절차 착수 통보 △예비 위험평가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위험관리방안 작성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 △수입허용기준 입안예고 △고시 및 발효 등 8단계의 수입 위험 분석(IRA)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병해충 위험을 평가하는 3·4단계가 핵심이다.

전문가들도 US 데스크가 비관세 장벽 완화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사과 배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농산물 관세 조정은 없었지만 수입 검역을 협력하는 US 데스크 설치는 눈여겨봐야 할 점”이라며 “설치 이후에도 수입 절차 등이 기존과 달라지는 점이 없다면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14일 공개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에는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양국이 식품과 농산물 관련 비관세 장벽 논의를 위한 협력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한 이행조치로 미국 측 요청에 따라 미국산 원예제품(과일과 채소 등) 수입 검역 절차를 전담하는 US 데스크가 신설된다.

팩트시트에는 LMO 농산물 등 생명공학 제품과 관련된 비관세 장벽을 일부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종 승인을 검토하고 있는 LMO 감자 수입이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US 데스크 설치가 기존 8단계 검역 협상 절차를 단축하거나 생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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