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모태펀드 예산 ‘삭감’ 논의…벤처업계 “생태계 위험”
예산정책처 “신규 자펀드 투자여력 있어, 과도한 예산 안돼”
정부 내년 예산안 1조1000억원 … AI·딥테크에 50% 출자
“불확실성 신호로 민간출자 외면, 시장위축으로 이어질 것”
벤처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벤처투자시장도 크게 걱정한다. 국회가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을 삭감하려는 조짐을 보여서다. 벤처투자 활성화를 주도하는 정부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회는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을 열고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예산소위에서는 정부 정책펀드의 비효율성이 제기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펀드인 중소기업모태펀드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중기모태펀드의 문제점을 상세히 지적했다. 결국 예산소위는 중기모태펀드를 포함한 정책펀드 예산을 일부 삭감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벤처협회는 18일 “기술대전환에 대응해 민·관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점에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모태펀드 예산삭감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벤처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투자 마중물 = 중기모태펀드는 정부가 기업에 직접 기금과 예산을 투입하는 대신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상위 펀드(Fund of Funds)다. 민간참여가 저조하거나 시장형성이 부족한 분야에 선도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민간투자(연기금 퇴직연금 기업 금융)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벤처투자의 마중물인 셈이다.
2005년 첫 조성 이후 매년 늘려왔다. 내년도 계획안은 1조1000억원이다. 2023년(2835억)과 비교해도 4배에 육박한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초고기술(딥테크) 투자에 50%를 배정했다. 대한민국 글로벌 벤처 4대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집중투자 전략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4일 ‘모태펀드 정책포럼’애서 “다양한 자금이 벤처투자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모태펀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벤처생태계의 지속가능한 투자플랫폼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게 한 장관의 생각이다. 벤처업계는 모태펀드 예산 삭감은 벤처투자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으로 본다. 이는 민간출자 급감, 펀드 결성 실패, 시장위축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벤처협회는 “지금은 정부와 국회는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자금지원으로 벤처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성장하고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회의 삭감논의 논거 핵심은 △신규 결성된 자펀드의 투자여력 잔존 △중소벤처기업창업및진흥기금의 고갈 우려 등이다. 실제 중기모태펀드는 2023년 정부출자를 기반으로 1조4106억원 규모의 38개 자펀드를 결성했다. 이후 3년간 투자를 진행했지만 절반 이상(56%)을 투자하지 못했다. 올 7월말 기준 미투자 잔액(유보액)이 7943억원에 달한다.
2024년 기준 67개의 자펀드를 신규 선정해 2025년 7월말 66개가 결성됐다. 결성된 자펀드 운용규모는 총 1조9301억원이다. 하지만 7월말까지 405개의 회사에 3832억원의 투자만 이뤄졌다. 자펀드 운용규모 대비 투자는 19.9%에 그쳤다.
예산정책처는 “펀드의 투자여력이 있어 내년 예산안(1조1000억원) 전체를 출자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기모태펀트 출자는 중소벤처기업창업및진흥기금(중진기금)을 기반으로 한다. 중진기금은 각종 융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국회는 모태펀드 출자가 빠르게 증가(2023년 이후 연평균 57.1%)하면서 중진기금의 고갈 우려를 제기한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중진기금 차입금 이자상환액이 매년 커지고 있다.
2022년 4191억원에서 2024년 7197억원으로 늘었다. 상환계획액 기준으로 2025년 7523억원, 2026년 7728억원으로 예상된다.
◆중진기금 고갈 우려 = 따라서 중진기금에 대한 정부재정투입도 크게 확대됐다.
중진기금은 사업수행에 따른 지출대비 수입의 부족분과 융자사업 수행에 따른 이차보전 소요액, 기금관리비 등을 정부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중진기금 지출이 늘면서 정부의 일반회계 전입금도 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6년 예상액은 2조1226억원이다. 2022년(1조1820억원)의 1.8배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중진기금이 고갈되고, 이는 중소벤처기업 정책자금 활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벤처업계는 ‘투자시장의 신뢰’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태펀드가 예산을 삭감하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와 벤처투자시장이 민간출자자 신뢰를 잃으면 예산을 확대하더라도 펀드결정은 어려워진다”며 “결국 벤처투자시장을 급격히 위축시킨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