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60대이상 ‘시니어일자리박람회’ 열었다

2025-11-19 13:00:02 게재

단순 노무 대신 경력 활용직에 구직자 몰려

일회성 공공 일자리 아닌 민간 일자리 발굴

“현장에서 채용까지 바로 이뤄지는 줄 몰랐습니다. 조금 늦게 왔더니 벌써 채용이 마감됐더라구요. 적극적으로 찾으면 내 일자리도 구할 수 있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18일 서울 강남구 세텍 전시장에서 서울시에서 처음 실시하는 시니어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60대 이상에게 특화된 일자리 박람회다.

기업 홍보관마다 줄지어 서 있는 참가자들은 저마나 준비한 이력서 파일을 손에 꼭 쥔 채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30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지만 현장은 비교적 차분했다. 구직이 쉽지 않은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만큼 참가자들 표정에서 긴장이 묻어났다.

가장 붐빈 곳은 역시 채용관이었다. 상담석마다 ‘대기 중’ 표지가 걸렸고 면접이 한창이다. 일찌감치 ‘채용 마감’ 간판을 내건 기업도 있다.

서울시가 18일 강남구 세텍전시장에서 60대 이상에 특화된 시니어일자리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3000명이 넘는 시니어 구직자들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이제형

리서치 회사 상담직은 높은 인기를 끌었다. 상담원 업무는 목소리의 안정감과 상대를 편안하게 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기업 관계자 설명에 많은 시니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봄·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공공정책 평가 업무를 하는 전문 경력직 모집에도 구직자들이 몰렸다. 참가 기업 관계자는 “시니어 인력은 속도 보다 꼼꼼함과 지속성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시니어 일자리 정책의 전환’이라는 이번 박람회 목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시니어 일자리 대부분이 공공형 단순노무에 머물렀다면 향후에는 민간 중심·경력활용 중심으로 시니어 일자리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는 이 같은 흐름을 앞장서 이끄는 기관이다. 중장년 일자리와 다른 60대 이상 시니어 일자리의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 일자리 발굴을 책임지고 있다. 일자리 연결에만 머물지 않는다. 구직자로 등록된 순간부터 취업이 성사될 때까지 계속해서 기업을 찾아내고 직무를 제안하며 면접까지 연결하는 과정 전체를 관리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사후관리’다. 시니어 구직자가 취업 후 해당 기업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근무 환경이 배치 당시와 동일하게 유지되는지 등을 상담사가 직접 점검한다. 센터 관계자는 “채용이 아닌 최종 안착까지가 센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센터는 기업 검증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구직자들이 사기나 부당 대우를 당하지 않도록 여러 단계 검증을 거친다. 수십개 기업을 직접 방문해 직무 적합성, 근로 조건, 현장 환경 등을 확인했고 일부 기업은 부적합 판단으로 구인 기업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박람회는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니어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하고 직무 기반 교육·취업·안착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 중심 일자리가 민간을 중심으로 재편되려면 기업 인식 전환과 시니어의 직무 확장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는 판단 아래 관련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니어일자리센터와 함께 이번 박람회를 준비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 관계자는 “서울 시니어 10명 중 8명이 은퇴 후에도 일하며 사회에 기여하길 원한다”며 “한번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가 다시 노동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첫 실험”이라고 말했다.

면접을 마치고 난 뒤 박람회장을 나서는 한 60대 구직자는 “오늘 당장 일자리를 찾은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게 됐다”며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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