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유동화’ 60대 월 40만원
55세 이상 605건 신청
연평균 447만원 수령
#60대 A씨는 사망보험금 3000만원의 종신보험을 2000대 초반에 가입했다. 최근 정부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정책을 발표하자 보험사를 찾아가 이를 신청했다. 당시 예정 이율은 6.5%, 납입한 보험료는 912만원이다. A씨의 신청에 따라 ‘90% 유동화 비율’을 적용했고 5년간 월 평균 21만9000원의 보험금을 연금처럼 수령하게 된다.
생명보험협회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도입한 후 8일간 605명이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내년 초 모든 생명보험사들이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시작한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생명 KB라이프생명 등 5개 보험사 우선 신청을 받았다.
협회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자발적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유동화 비율은 높이고 지급기간을 단축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제도는 고객이 직접 보험사의 고객센터나 영업점을 방문해 대면 신청만 할 수 있다. 보험모집 설계사 등을 통하는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망보험금은 보험계약자가 사망한 후 가족들에게 지급된다. 생전에 사용할 수 없어 ‘잊혀진 자산’으로 인식됐다. 보험회사에 돈이 있는데, 노인이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하면서 ‘버려진 돈’으로 불리기도 했다. 간혹 보험계약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하는데, 1금융권에 비해 이자 부담이 큰데다가, 상환하지 못하면 사망보험금이 줄어들기도 한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보험계약자의 선택권을 넓힌 것이다. 종전대로 유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하거나 대출 대신 연금화롤 통해 생활비나 의료비로 쓰게 하는 방식이다.
생명보험협회가 8일간 5개 생명보험사에 신청한 605건을 분석한 결과 60대가 전체 65%를 차지했다. 60대 중에서는 65세 이상 70세 미만이 220건, 60세 이상 65세 미만이 174건을 차지했다. 65세 이상 수요가 더 많았다. 이는 국내 고용형태와 노년층의 가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직장인들의 은퇴 시기가 60세에서 점점 낮아지면서 은퇴 10년차에 노후 자금을 소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60대 후반이 가장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60세 정년까지 근속한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5.4%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유동화는 사망보험금의 90%까지 가능하다. 평균 유동화 비율은 89.2%로 최소 장례비만을 남기고 모두 연금화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국민노후보장 조사’를 참고하면 기준으로 적정생활비는 192만원, 최소생활비는 136만원으로 나타났다. 올 7월 기준 국민연금 월 평균 수령액은 67만9000원으로 적정생활비와의 차이는 124만원 이상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유동화기간 즉 사망보험금은 나눠 받는 기간은 7.9년으로 월 39만8000원, 연 477만원 수준이었다. 유동화 첫해에 받는 지급액은 1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가 374건으로 가장 많았다. 100만원 이하는 58건으로 유동화를 했더라도, 월 10만원 미만 받는 경우다. 첫해에 1000만원 이상 받는 경우는 65건이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국민연금과 더하더라고 적정생활비는 84만원이나 모자라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유동화를 신청한 경우는 대개 1인 가구이거나 보험금을 물려줄 자녀가 없는 경우로 파악됐다”며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더라도 ‘내가 죽어 보험금은 자녀에게 남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경우가 상당했다”고 전했다.
생명보험 협회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하는 만큼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안내를 철저히 하고, 운영과정 상 취합되는 소비자 의견과 민원사항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