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 도서관
디지털 전환·맞춤형 서비스 주력…연구 생산성 높이는 데 앞장
다양한 유형의 보안 필요한 전문자료 소장 … 독립 학술공간인 ‘스마트 국방기술정보관’ 신축 중·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강화 계획
문화체육관광부는 10월 22일 제62회 전국도서관대회·전시회 개회식에서 2025년 도서관 운영 유공 우수도서관으로 48곳을 선정하고 정부포상 등을 수여했다. 대통령 표창 2곳, 국무총리 표창 6곳, 문체부 장관 표창 33곳, 교육부 장관 표창 7곳이 선정됐다. 17일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은 국방과학연구소(ADD,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도서관을 탐방했다.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 도서관(국방과학연구소 기술정보보안센터 기술정보실)은 국내 유일의 국방연구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를 지원하는 전문도서관이다. 도서관은 1970년 연구소 창설과 함께 조성돼 우리나라의 국방력 강화와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연구소는 방위사업청 산하 공공기관으로 3800여명의 직원들이 재직하고 있으며 이중 2500여명이 석박사급 연구원들이다.
국방과학연구소 도서관은 방위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도서관답게 보안성이 강한 관련 전문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2004년부터 자료들을 디지털화해 국방과학연구소 내 내부망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고가의 자동로봇북스캐너 장비 등 갖춰 = 1층 정기간행물실에는 150여종의 국방 분야 및 전 학술 분야 학술지와 AD보고서가 비치돼 있었다. AD보고서는 미국 국방부에서 펴낸 국방 항공 우주 분야 기술보고서를 뜻하며 마이크로피쉬(문헌이나 도면을 축소해 저장한 필름 자료로 마이크로필름의 한 유형, Microfiche) 형태로 정리돼 있었다. 이 보고서들은 도서관 내 비치된 전용 기기를 통해 편리하게 열람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AP카드(종이로 만들어진 카드에 도면 설계도 기술문서 등이 마이크로필름으로 삽입돼 있는 자료)에 담긴 각종 도면들을 담당 사서가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살펴볼 수 있었다.
2층 군사간행물실에는 국내외 기술교범과 군사지도가 빼곡히 정리돼 있었다. 2층에서 관리하는 자료들은 보안이 필요한 자료들로, 이곳은 다른 공간과 달리 필요한 자료가 있을 때 문의하면 사서가 자료를 찾아 제공하는 폐가제로 운영된다. 이곳의 자료들은 대부분 디지털화돼 있다.
2층 도면실에서는 AP 카드를 체계적으로 재정리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AP카드의 경우, 전용 기기로 열어보면 당시 작성된 설계도면 등을 살필 수 있다.
3층에는 연구도서와 국내외 기관들의 기술자료가 체계적으로 분류돼 있었다. 이곳에는 2억5000여만원 상당의 고가 장비인 자동로봇북스캐너 장비도 있었다. 디지털화하고자 하는 책을 기기에 넣으면 자동으로 넘기면서 스캔을 해 주는 장비다. 이날 담당 사서는 이 장비를 활용해 다량의 자료를 편리하게 디지털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송종호 국방과학연구소 기술정보팀장은 “중요 기술자료는 이미 100% 디지털화가 끝났고 도면이나 국외 보고서도 내부 전문 기기를 활용해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도서관 기능 강화 = 국방과학연구소 도서관은 2021년부터 내부망 등 3개 망을 모두 재설계하며 새로운 전자도서관을 준비해 2023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연구자 중심으로 전자도서관을 디자인한 것은 물론, 검색 고도화, 추천 기능 강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개선했다. 이와 함께 2016년부터 구축을 시작해 2020년 운영을 시작한 통합검색체계도 의미 있다. 이는 그간 분산돼 있던 연구소 내 모든 정보들을 하나의 창구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연구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아울러 도서관은 국방 분야 특화자료의 수집과 디지털화에 수십년 동안 집중해왔다. 내부에서 생성되는 보고서와 논문은 규정에 따라 납본 처리하고, 국방 관련 도면 등은 주관부서와 협조해 수집한다.
최근 자료는 대부분 디지털이지만 과거 인쇄본이나 도면은 전문 스캐너로 꾸준히 디지털화하고 있다. 보안상 외부에 맡기지 못하는 자료가 있어 직접 디지털화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스캔의 품질과 보안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한다. 디지털화된 자료는 이용자가 검색,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연구자 맞춤형 ‘기술정보에이전트서비스’라는 주제전문 서비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연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전체 기간 동안 맞춤형으로 관련 기술정보자료를 지원해준다. 연구자 과제의 특성과 요구를 분석해 학술논문 특허 기술동향 등을 한번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연구자가 정보 탐색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2024년엔 21개의 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총 309건의 자료를 제공했다. 2016년부터 운영되는 ‘연구개발 노하우 전수 제도’는 은퇴한 선배 연구자의 핵심 경험을 후배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배 연구자가 수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역량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실제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역량이 전달되고 있다.
◆도서관에서 우연한 영감 떠오르도록 = 국방과학연구소 도서관은 ‘스마트 국방기술정보관(스마트관)’이라는 명칭의 단독 건물을 신축 중이다. 올해 9월 착공했으며 2027년 준공 예정이다. 스마트관은 국방과학연구소 최초의 독립 학술공간으로, 15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개층 건물로 조성한다. 핵심 주제는 ‘창의적 연구’ ‘우연한 만남(세렌디피티)’ ‘특별한 경험’이다.
한명원 기술정보실 실장은 “도서관 공간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우연한 영감이 떠오르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면서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도서관을 찾고 창의적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들이 머무르고 쉬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공간,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서들은 국방과학연구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며 도서관에 원하는 바를 듣고 있다. 특히 고요공간, 점심 도시락 토론, 주제별 알앤디(R&D) 큐레이션, 독서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관은 주말과 공휴일엔 국방과학연구소 직원들의 가족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서관은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정보서비스를 개발해 ‘연구개발 중심의 지능형 도서관’을 실현하는 데 집중한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번역 요약 검색 챗봇 등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또한 디지털 아카이브 중심의 인공지능 기록관리체계 구축과 함께 10년 내 기록물 디지털화 100% 달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 실장은 “국방과학연구소의 비전인 ‘나라 지키는 연구소’를 지원하기 위해 국방 연구에 필요한 모든 유형의 지식자산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 가공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토대로 미래 무기체계와 첨단기술 개발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내일신문·한국도서관협회 공동기획
대전=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사진 이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