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편리함 그 이상’ K-편의점
‘편의점이 없었더라면 ….’ 이런 상상을 할 때마다 불편하단 느낌이 확 든다. 가끔은 거북하단 생각마저 들 정도다.
커피전문점이 문을 열지 않는 새벽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어서가 아니다. 소나기 내리는 날 값싼 우산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도 아니다. 집밥 못잖은 따끈한 도식락을 먹을 수 있어선 더더욱 아니다. 2025년 K(대한민국)-편의점은 ‘편리함 그 이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감기기운이 돌 때만 해도 그렇다. 약국이 문을 열지 않은 새벽에도 편의점은 감기약을 내어준다. 안전상비의약품 수준이지만 정말 급할 땐 약국보다 요긴하다.
실제 강추위가 몰려왔던 지난달 19일부터 13일까지 편의점 GS25 감기약 매출은 43.7% 증가했다. 타이레놀 등 진통소염제 매출도 덩달아 18.9% 늘었다. 마스크 사정 역시 다르지 않다. 이 기간 마스크 매출은 76% 증가했다. 특히 어린이용 마스크 매출은 164% 급증했다. 약국이 문 닫은 시간 소비자들은 편의점으로 달렸갔다는 걸 증명해주는 수치다. 편의점 측 대응만 봐도 그렇다. GS25는 이 기간 감기약 진통제 재고를 평소보다 2배 이상 확보했다. 갑작스런 추위에 긴급의약품 수요가 급증할 걸 대비했단 얘기다.
편의점은 12.3 내란사태 때도 요긴했고 절묘했다. 2024년 12월 늦은밤 불법 계엄·내란 당시 방첩사 한 소령은 국회 대신 여의도 한 편의점으로 향했다.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윗선의 불법적인 계엄명령을 거부하기 위해서였다. CCTV에 ‘정치인 체포지시’ 불이행을 나중에라도 증거로 남기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던 셈이다. 24시간 문 열고 CCTV를 켜 놓은 편의점이 있어서 가능할 일이었다. 서민경제뿐아니라 정치격변 속에서도 자기몫 이상을 했던 셈이다.
편리함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편의점은 장사도 잘한다. 2020년대 들어 가맹점수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추세지만 본사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대비 2020년 주요 편의점 4사 평균 매출액은 27% 증가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은 매출액이 34% 늘었다. 이기간 영업이익은 159% 급증했다. 물론 최근 몇년새 실적부진을 겪고 있지만 본사만큼은 아직까진 ‘먹고살 만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맹점주인 편의점 주인과 계약직 아르바이트생들이다. 같은 기간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5.1% 감소했다. 편의점 점포수는 2016년 대비 2020년 37.6% 증가했지만 이후 점포 수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가맹점주 수익성은 악화일로일 수밖에 없다. 본사 수익 창출 구조와 가맹점주와 수익배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K-편의점, 이부분 만큼은 ‘편리함 그 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