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포기’ 후폭풍, 검사장 인사 관심
법무부, 항소 재검토 지휘 박철우 중앙지검장 임명 정면 돌파
범여 법사위원, ‘성명’ 검사장 18명 고발 … 추가 반발 미지수
‘대장동 항소 포기’로 인한 검찰 내부 반발에 대해 법무부가 일부 검사장급 고위 간부 물갈이를 통해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범여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집단 성명을 냈던 18명의 검찰 고위 간부(검사장급)들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검찰 내 추가 반발과 집단 성명 검사장들에 대한 추가 인사가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1일자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사임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박철우(사법연수원 30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임명하는 등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날 발표했다.
법무부가 발표한 고위급 검찰인사는 지난 8일부터 이어진 ‘대장동 항소포기’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고 검사들의 집단반발에 사실상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철우 검사장은 광주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 법무부 대변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지내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에는 중요 보직에서 밀려나 대구고검 검사, 부산고검 검사 등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그러다 지난 7월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부장을 맡았다.
그는 앞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서도 대검 반부패부장으로서 절차 전반에 관여했다.
박 검사장은 대장동 1심 선고 이후 법무부 측으로부터 ‘신중 검토 필요’ 의견을 전달받은 뒤, 항소한다는 입장이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재검토를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사팀은 박 검사장의 지휘를 사실상 ‘항소 불허’로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의 지휘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 검사장의 이동으로 빈 대검 반부패부장 자리에는 주민철(32기)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 부장검사가 승진 임명됐다. 주 검사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담당했었고, 이후 부장검사급 핵심 자리인 법무부 검찰과장을 지냈다.
정용환(32기) 서울고검 감찰부장 역시 대검검사급으로 승진해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신규 보임됐다.
정 차장은 대장동 사건 수사가 본격화한 2021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1부장으로서 유동규, 김만배 등을 기소한 ‘1차 수사팀’이다. 그는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1차 수사팀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당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2차 수사팀을 겨냥하기도 했다.
정 차장은 현재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팀의 연어·술 파티 의혹도 수사 중이다.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이에 대한 수사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공석이었던 수원고검장에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채널A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정현(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발령됐다.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사의를 표명한 박재억(29기) 수원지검장의 공백을 메우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마찬가지로 최근 사의를 표명한 송강 광주고검장(29기)의 자리에는 문재인정부 시절 ‘친문’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고경순(28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각각 보임됐다.
이 고검장과 고 고검장 모두 지방검사장(지방검찰청 검사장·지검장)급에서 고등검사장(고등검찰청 검사장·고검장)급으로 사실상 승진 발령됐다.
지난 14일 구자현 대검 차장검사 인사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부장, 수원고검장, 광주고검장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가 모두 이뤄지면서 ‘항소 포기’ 사태 약 열흘 만에 검찰 지휘부는 새 진용을 갖추게 됐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장 사직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결원을 충원해 검찰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고, 그와 함께 대검검사급 검사의 인적 쇄신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검사급 인적 쇄신’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항소포기 사태와 직접 관련된 박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혀 항소포기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뜻을 분명히 하면서, 집단 반발을 주도한 검사장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담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이 같은 날(19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한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분석된다.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헌정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 조직의 지휘 감독 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돼야 하며 위법 행위가 확인된다면 강력한 처벌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검찰의 집단행동 및 정치 행위 등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검찰 고위 인사와 범여권 법사위원들의 고발에 대해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이 항소제기 방침을 정한 후 대검 반부패부의 재검토 의견에 항소를 접었던 만큼 박 검사장과 대장동 수사·공판팀의 ‘불편한 동거’를 넘어 충돌까지 빚을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에서는 이번 인사로 공석이 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에 항소 포기 관련 항의 성명을 낸 검사장급 간부들을 내려보내는 후속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