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구도까지 영향권…시험대 선 범보수 주자들
장동혁, ‘1.5선 당권’ 기염 … 당 지지율 정체 ‘위기’
한동훈, ‘론스타’로 부각 … 당내 거부감 극복 과제
오세훈, ‘명태균’에도 기대 여전 … 한강버스 ‘암초’
이준석, 총선·대선 ‘선전’ … 지방선거 생존 ‘부담’
장동혁·한동훈·오세훈·이준석 등 범보수진영의 유력주자들이 줄줄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계엄과 탄핵으로 만신창이가 된 보수정치의 재건 임무를 떠안은 이들 유력주자들이 중요한 정치적 기로에 선 것. 이들이 제각각 어떤 성적표를 받는가에 따라 범보수진영의 차기 구도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제1야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몸값이 급등했다. 2022년 6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장 대표는 1.5선에 불과했지만 주변 예상을 깨고 대표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장동혁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라며 강성보수 목소리를 고수하자, 중도확장성이 금세 한계를 드러낸 것. ‘부동산 급등’ ‘항소 포기’ 등 호재가 잇따랐지만, 한국갤럽 조사(11~13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42%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장 대표 취임 이후 20%대에 갇힌 형국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가 절박한 장 대표로선 어떻게든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장 대표가 당 지지율 숙제를 해내야 그의 ‘용꿈’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관측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6.3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문수에 밀려 탈락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최근 ‘론스타 소송 승소’의 주인공으로 부각되면서 부쩍 주목받는 모습이다. 한 전 대표가 법무장관 시절 주도한 ‘론스타 소송’이 승소한 것을 놓고 김민석 국무총리도 20일 SNS를 통해 “언제 한동훈 전 장관을 만나면 취소 신청 (소송을) 잘하셨다고 말씀 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작 아군인 국민의힘에서는 호평이 들리지 않는 게 한 전 대표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친윤(윤석열)이 주도하는 국민의힘에서는 한 전 대표가 주목받는 상황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주류 김민수 최고위원은 “웃긴 것은 론스타 사태를 자신의 영웅 서사로 만들려는 ‘한’가로운 사람이 있다는 것”이라며 한 전 대표를 겨냥했다. 주류 친윤의 거부감을 극복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한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재보선 공천이 불투명한 것은 물론 차기대선 도전도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전 대표는 친윤이 추진하는 ‘당게(당원게시판) 의혹’ 당무감사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명태균 의혹’에도 불구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 경쟁에서 선전하는 모습이다.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 조사(1~2일, ARS 방식,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5%p)에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자 범보수진영에서는 오세훈(23.9%) 나경원(14.5%) 이준석(9.3%) 한동훈(7.9%) 등으로 나타났다. 4선 서울시장인 오 시장의 경쟁력이 비교적 높게 평가받는 것이다.
다만 오 시장은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한강버스가 지난 15일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오 시장이 서울시민들에게 ‘한강버스 효과’를 어떻게 설득하는가에 따라 서울시장 공천과 당선이 영향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사실상 혈혈단신으로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을 치러내면서 정치적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대표는 수도권 총선에서 생존에 성공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재확인시켜줬다. 문제는 군소정당인 개혁신당을 앞세워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치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거대여야의 각축장이 되기 십상이다. 군소정당 공천으로 출마할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게는 개혁신당 깃발로 정면돌파하느냐, 아니면 국민의힘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우회돌파하느냐 선택이 남아 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강성보수세력이 국민의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 선거연대의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은 건 이 대표의 또 다른 고민일 수밖에 없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