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좌초 여객선은 세월호 후속선으로 건조

2025-11-20 12:24:33 게재

‘인천~제주’ 투입 17개월간 6회 운항중단

지난해 2월 선사 바꿔 ‘목포~제주’ 취항

사고원인 조사에 선체결함 포함

19일 오후 제주에서 목포로 가다 무인도에 좌초한 대형 카페리 여객선은 세월호 후속선으로 건조된 배로 확인됐다. 이 배는 2021년 12월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한 후 2023년 4월까지 여섯차례 엔진결함으로 운항이 중단된 바 있어 좌초 원인 조사에 선체 결함까지 포함한 정밀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좌초했다가 돌아온 퀸제누비아2호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2만6000톤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정박해 있다.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신안군 장산면에 있는 족도(무인도)에 좌초됐다가 9시간여만에 입항했다. 이 여객선은 세월호 후속선으로 건조돼 2021년 12월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됐다가 여섯차례 엔진결함으로 운항중단된 후 지난해 2월 선사를 바꿔 목포~제주항로에 투입됐다. 사진 연합뉴스

2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사고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8개월만인 지난 2021년 12월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한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바뀐 이름이다.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세월호 참사 이후 끊어진 뱃길을 잇고 국내 연안해운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조됐다. 배 이름은 연안해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세월호 아픔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부도 산업계도 적극적이었다. 세월호가 다니던 인천~제주 항로는 참사 이전 중고선을 도입해 운영했지만 이 배는 HD현대의 계열사 HD현대미포조선에서 새롭게 건조했고, 엔진도 HD현대중공업의 힘센엔진을 장착했다.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 정책금융기관도 선박건조자금도 지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기술과 한국의 선박금융이 결합된 작품이다.

710억원을 투입한 비욘드 트러스트는 2만7000톤급 카페리선으로 길이 170m, 너비 26m, 높이 28m로 당시 국내 최대 규모 연안여객선이다. 여객 810명(선원까지 총 854명), 승용차 487대를 동시에 싣고 최고 시속 25노트(46㎞)로 운항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욘드 트러스트는 취항 후 한달만에 엔진결함으로 운항을 멈춘 후 2023년 4월까지 엔진결함으로 여섯차례 운항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지난해 4월 운항 중단 이후에는 울산 현대미포조선으로 이동해 반년 넘게 중대정비를 받았다. 정비 수준은 동력 계통 대부분을 드러내 오버홀(정비)하는 수준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이후 선박 운항을 재개하지 못하고 운영난에 처한 선사 ‘하이덱스 스토리지’는 2023년 말 배를 ‘씨월드고속훼리’에 넘기고 면허를 반납했다.

비욘드 트러스트를 매입한 씨월드고속훼리는 배 이름을 두 번째 퀸제누비아라는 의미를 담아 ‘퀸제누비아2호’로 바꾸고 지난해 2월 목포~제주 항로에 투입했다.

씨월드고속훼리는 비욘드 트러스트와 같은 선형인 퀸제누비아를 운영하고 있었다. 퀸제누비아도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해 제주~목포 항로에 2020년 9월 취항했다.

좌초 선박이 첫 취항 후 17개월 동안 엔진결함으로 여섯차례 운항을 중단하다 인천~제주 장거리 노선에서 물러나 목포~제주 단거리 노선에 투입된 선박으로 확인되면서 좌초 원인에 대한 조사도 선체결함을 포함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해경은 20일 오전 1차 사고원인 조사 발표에서 항해사가 휴대폰을 보다 변침 시기를 놓쳤다는 점과 함께 선체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1항사는 (선체 방향을 바꾸기 위해) 타기를 조작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선체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선급과 함께 20일 오후 현장 합동감식을 할 예정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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