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정치의 발명

그리스에서 유럽연합까지, 정치를 만든 문법

2025-11-21 13:00:01 게재

정치를 정신이자 사유이고 언어라고 보는 정치학자 조홍식은 ‘정치의 발명’에서 고대 그리스 폴리스에서 오늘날 유럽연합에 이르기까지, 2500년 동안 이어진 정치 문법을 탐구한다.

조홍식/ 글항아리 3만3000원

저자는 더 길게 뒤돌아볼수록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는 처칠의 관점을 바탕에 두고, 여러 시대와 지역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정치의 발명과 그로부터 파생된 세계를 고찰한다. 고대 그리스의 정치 문헌과 정치 서술의 전통, 그리고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분석 개념들은 오늘날 우리가 ‘폴리스의 문법’을 성찰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현실 정치가 이들 고대인에 의해 정치학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개념화되었고, 하나의 문법으로 정리되어 후대에 계승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와 철학이 왜 고대 그리스에서 불가분이었는지, 로마 공화정이 왜 권력 집중을 경계했는지, 중세 교회가 어떻게 근대 국가의 모델이 되었는지, 유럽 국왕의 통치권이 왜 근본적으로 취약했는지 등을 따라가며 정치 문법의 흐름을 살핀다. 근대의 주권재민 원칙이 왜 혁명적일 수밖에 없었는지, 유럽연합이 미래 세계 정치의 모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원문에서 제시된 맥락에 따라 서술한다. 저자는 고대와 현대, 그리스와 유럽, 유럽과 동아시아를 비교하는 시각이 인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를 언어로 상대를 설득하는 세계이자 인간이 아닌 법에 시민이 복종하도록 만든 추상의 세계라고 설명한다.

‘정치의 발명’은 고대 그리스에서 출발해 2500년의 역사를 꿰뚫으며 정치 제도의 발전을 사상과 언어의 발전과 나란히 놓고 이해하려는 시도다. 여러 굵직한 흐름 속에서 역사의 우연과 필연, 콤플렉스, 끈질기게 남은 제도와 정신을 함께 살피며 오늘날의 정치를 구성하는 문법을 밝힌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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