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무인도충돌 세 방면 조사
휴대폰 등 인적과실·관제소홀·선체결함
267명 탑승객 모두 구조 … 천우신조
267명을 태운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평소 다니던 항로에서 이탈해 무인도를 들이받고 좌초한 원인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해경과 해수부 등에 따르면 사고원인 조사는 세 방면으로 진행된다.
우선 항해사 조타수 선장의 인적 과실이다. 해경의 1차 조사에 따르면 1등항해사는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느라 선박 방향을 바꾸는 변침 시기를 놓쳤다. 해경은 20일 오전 1등항해사와 조타수를 긴급 체포했다.
김황균 목포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긴급 체포 이유에 대해 “사고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필요하고, 이들이 수사 압박을 느껴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선장은 위험한 좁은 수로를 통과할 때 조타실을 비우고 주로 휴식할 때 사용하는 선장실에 있었다. 목포해경은 이에 대해 “이 구간은 협수로이기 때문에 선장의 재선 의무가 있는 걸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사고 당시 조타실에 없었던 선장을 상대로 선장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해경은 선장을 중과실치상혐의로 입건하고 선원법 위반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승객 267명을 태우고 야간에 좁은 수로를 통과하는 대형 여객선을 제대로 관제하지 못한 해양교통관제센터(VTS)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목포해경에 따르면 퀸제누비아2호는 좌초지점인 전남 신안군 족도에서 1600m 떨어진 지점에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여객선은 해당 지점에서 방향 전환을 하지 않고 항로를 이탈해 항해하면서 족도에 충돌하면서 좌초했다.
이 과정에서 목포 해상관제센터는 여객선이 항로를 이탈하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관제센터는 좌초된 사실도 1등 항해사 신고를 받고 알고 후속 조치를 했다.
목포해경은 당시 여객선 속도를 감안할 때 정상 항로를 이탈해 좌초될 때까지 2~3분가량 걸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사고 해역은 관제사 1명이 5척의 선박을 관리하고 있었다.
서해해경청은 “많은 여객을 실은 여객선의 관제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 사고를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 세심하고 완벽한 관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제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선체결함도 조사대상이다.
사고가 난 퀸제누비아2호는 세월호 참사 후 중단된 인천~제주 항로에 2021년 12월 투입된 후 2023년 4월까지 17개월간 엔진결함 등으로 여섯차례 운항이 중단된 후 인천~제주항로에서 퇴역한 배다.
인천~제주항로를 운항하던 선사가 운항중단에 따른 손실을 못 견디고 면허를 반납하면서 이 배는 씨월드고속훼리에서 구입, 지난해 2월 목포~제주 항로에 취항했다. 배 이름도 퀸제누비아2호로 바꿨다.
퀸제누비아2호는 선박을 건조한 HD현대미포조선에서 대대적인 정비(오버홀)를 거쳤지만 운항 21개월만에 사고가 났다. 1항사는 해경 조사 초기 “조타기를 조작했는데 듣지 않았다”는 진술을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고 선박이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하던 배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선체결함 여부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간에 여객선이 무인도를 들이받고 좌초했지만 세월초 참사 이후 훈련된 선박안전조치와 사고대응체계 등이 작동하고, 선박도 운좋게 암초에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아 승객과 선원 등 267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