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입찰’ 호반건설 과징금 243억원 확정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608억원 과징금 부과
2심, 608억원 중 365억원 취소 … 대법 확정
이른바 ‘벌떼입찰’로 총수 아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호반건설에 대해 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243억원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공정위의 과징금 608억원 중 364억원을 취소하라는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일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호반건설이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총수 2세의 계열사들에 공급가격으로 전매한 것 자체를 ‘부당한 지원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공정위는 지난 2023년 6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호반건설에 과징금 총 608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2010~2015년 공공택지 입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회사에 가까운 계열사를 여러 개 만들어 입찰에 참여하는 ‘벌떼입찰’에 나섰다.
택지를 낙찰받은 뒤에는 23개의 공공택지를 그룹 2세인 김대헌 사장과 김민성 전무가 소유한 회사인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에 양도(전매)했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계열사에 입찰 참가 신청금을 무이자로 대여해준 것으로도 드러났다.
택지 양도 이후 총수 2세의 회사가 공공택지 개발 사업에 참여하자, 호반건설은 자신의 지분을 초과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전액 약 2조6393억원을 무상으로 지급보증했다. 호반건설이 일부 맡아 진행하던 936억원 규모의 건설공사도 중단하고 두 아들의 회사에 이관했다.
그 결과 총수 2세 관련 회사들은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5조8575억원의 분양 매출, 1조3587억원의 분양 이익을 올렸다.
호반건설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의 처분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2심인 서울고법은 지난 3월 공정위가 부과한 전체 과징금 608억원 중 365억원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공택지 전매 행위’와 ‘입찰 참가 신청금 무상 대여 행위’에 대해 부당한 지원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이에 대한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택지개발촉진법령상 공공택지를 ‘공급가격을 초과하는 가격’에 거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호반건설이 공공택지를 ‘공급가격’에 전매한 것 자체를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공정거래법이 사업 기회 제공행위를 부당지원행위의 유형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택지 전매로 시행사업의 기회를 제공한 행위를 부당한 지원행위로 제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입찰 참가 신청금을 무상 대여한 행위에 대해서도 지원 금액이 회사별로 820만~4350만원에 불과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총수 2세 관련 회사가 진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서준 행위, 건설공사 이관 등에 대해선 243억4100만원의 과징금을 유지했다.
호반건설과 공정위 양측이 판결에 불복했으나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했다.
호반건설은 대법 확정 판결에 대해 입장문을 내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2019년 공정위 조사로 제기된 각종 의혹이 해소됨에 따라 앞으로 공정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 경영활동으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공사가 시행사 공사비에 대해 지급 보증을 해 주는 것은 업계의 관행인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점, 건설공사를 이관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이 미비해 사익편취가 될 수 없음에도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고려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