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로 번진 종묘인근 개발 논란

2025-11-21 13:00:04 게재

민주당 “개발 중단하라” 오세훈 시장 맹공 국힘, 국가유산 주변 규제 폐지 조례 발의

서울 종묘 인근 고층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서울시의회까지 번졌다.

21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시정질문을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는 종묘 공방으로 설전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종묘 조망을 사유화하는 재개발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고 오세훈 시장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은 너무 당연해진 일조권을 헌법상 환경권이자 공공재로 인정한 첫 판례를 이끌어낸 사람이 바로 청년 변호사 오세훈”이라며 “그때의 신념으로 세운4구역 개발계획을 다시 고민하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 참석해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된 사진 자료를 들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맞선 오 시장은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은 도심 녹지 생태 축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개발이익을 활용해 녹지를 조성하고 남산까지 시야가 확 트이는 등 실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오히려 종묘”라고 응수했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과 정부측의 사업 반대 입장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하며 “대화만 선행됐다면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 일을 ‘해괴망측하다’는 용어까지 써가며 공격하는 것은 공무를 수행하는 장관이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의회 의장도 종묘 공방에 가세했다. 19일 시의원, 서울시 관계자들과 종묘와 세운상가 일대를 방문한 최호정 의장은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인 만큼 이를 조화롭게 이룬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보존지역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지만 그 범위 밖에 대한 과도한 규제 또한 시정해야 하는 만큼 서울시의회가 시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서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의회에서는 국가유산 주변의 건축물 높이 규제를 아예 없애는 조례까지 발의됐다.

개정안에는 국가유산 주변 건축물 높이를 제한한 앙각(올려다본 각도) 규제 조항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앙각 규제는 국가유산 경계를 기준으로 앙각 27도선을 설정하고 해당 범위까지만 건물 최고 높이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행정기관이 인·허가 전에 확인해야 하는 사항 가운데 ‘국가유산 주변 높이 기준 적합 여부’라는 항목도 삭제했다. 기준을 초과할 경우 국가유산청장이나 시장과 협의하도록 한 조항도 함께 삭제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김규남 시의원은 "1981년에 도입된 앙각 규제가 도시 여건 변화에도 그대로 유지돼 재산권 제한과 도시 슬럼화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조례가 시행될 경우 숭례문·경복궁·창경궁·종묘 등 국가유산 주변 개발 계획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조례 발의를 계기로 종묘 공방이 새 국면에 접어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관 간 감정싸움으로 흐르던 종묘 공방이 법·제도 개선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민주당에 10여년간 밀려 있다 다수당 지위를 되찾은 국민의힘은 2023년 역사 문화 환경 보존지역 인근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안을 내놨고 같은해 시의회를 통과했다. 문체부와 문화재청은 조례 개정을 무효화해 달라고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선고를 일주일 남긴 시점에 서울시는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고시를 했다. 건물 높이를 기존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문체부장관이 제기한 개정조례안 무효확인 소송에서 서울시와 시의회 손을 들어줬으며 종묘 인근 고층 개발 논란은 이를 계기로 촉발됐다.

시의회 관계자는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이번 사안은 법규정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오 시장이 문체부 문화재청과 협의를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만큼 세운4구역 높이 조정 등 갈등 해소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