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아줌마’ 사라지고 ‘N잡러’ 뜬다
보험설계사도 초고령화 시대
인공지능 병행이 경쟁력 좌우
초기 ‘보험아줌마’가 주도하던 보험설계 시장이 대졸 전문직를 거쳐 ‘N잡러’ 형태로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 김석영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연구보고서 ‘보험설계사 직업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이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보험설계사 역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여성 보험설계사 평균 연령은 2001년 41.0세에서 2022년 51.4세로 10세 이상 증가했다. 같은 시기 전국 근로자 평균 연령이 36.5세에서 43.8세로 7.3세 증가한 것을 비교하면 보험설계사의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 이는 연령대별 구성과도 밀접하다. 젊은층이 보험설계사 시장으로 진입하지 않고 있다. 2010년 보험설계사 시험 응시자들의 연령대를 보면 29세 이사는 17.4%였다. 2024년에는 12.2%로 줄었다. 반면 40~59세 비중은 44.9%에서 55.8%로 증가했다. 은퇴기에 해당하는 60세 이상은 1.3%에서 9.7%로 늘었다.
보험설계사의 초기 정착률은 13회차 계약 유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보험 계약을 1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3년 손해보험 설계사 13회차 정착율은 36.9%였다. 생명보험은 이보다 높은 53.2%로 나타났다.
그동안 보험설계사라는 직업 초기 정착과정이 쉽지 않지만 안정화되면 단순 생계수단을 넘어 자율성과 성과중심 보상을 받는 직업으로 인식됐다. 여기에 어느 연령에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시간 관리도 자율적이다. 이러한 유연성은 소득이 낮더라도 만족도를 높였다.
하지만 젊은층은 보험설계사 직업의 불안전성과 사회적 인식의 한계 등을 이유로 기피하고 있다. 젊은층이 늘고 고령자가 늘면서 체계적 교육 부족과 전문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불완전판매가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보험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특약의 수가 증가하고, 보험금 지급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여기에 의료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보험설계사에게 전문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쉽게 설명해야 하는데 고연령 보험설계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각종 디지털기기 사용도 난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등 신기술로 인해 보험설계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인공지능은 물리적으로 스스로 계약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이동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이 보험모집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데 구조적 한계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보험사업에 새로 진입한 고령의 보험설계사나 부업 형태로 영위하는 N잡러들에게 상품 설명 능력의 부족을 보완하는 효과적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며 “앞으로 보험설계사는 ‘인공지능과 동행하는 보험설계사’와 ‘인공지능과 동행하지 못하는 보험설계사’ 두 부류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