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충돌’ 유죄, 의원직은 유지

2025-11-21 13:00:16 게재

1심 법원 ‘모두 책임’ 지적 ··· 양비론 판단

방대한 증거·피고 불출석 반복 “재판 지연”

‘패스트트랙 충돌’ 1심 재판부가 사건 관련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죄는 인정하면서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나경원 의원도 항소에 대해 “조금 더 판단해 보겠다”고 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 6명 전원이 직을 유지하게 됐는데 이런 결론을 두고 사법부가 여야 모두에 책임을 돌리는 ‘양비론적 판결’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0일 나 의원과 송언석 원내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 등 총 26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국회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2000만원,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고 송 원내대표는 벌금 1000만원과 15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정재·윤한홍·이만희·이철규 의원 등 현역 의원들도 550만~1150만원 벌금형이 내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선출직 공무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직을 잃는다. 국회의원은 여기에 더해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이상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의 입법 활동을 저지한 죄책이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쟁점 법안의 부당성을 알리려는 정치적 동기가 있었던 점’ ‘행위의 위력도 주로 출입을 막는 간접적 형태였던 점’ ‘사건 이후 여러 차례 선거를 거쳐 국민의 정치적 평가가 이뤄진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형식적으로는 불법성을 지적하면서도 실질적인 정치적 파장은 최소화한 셈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제출 절차를 저지하며 물리력을 행사하는 데서 비롯됐다.

재판부는 1심 선고에 6년 7개월이 걸린 배경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 2000건이 넘고, 영상 증거도 300개(총 6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등 증거조사가 방대했다”며 “증인도 50명 이상이었고, 26명의 피고인이 각각 반대신문을 하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여기에 피고인측의 반복된 불출석과 기일 변경 역시 재판 지연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다수 피고인이 국회 일정이나 개인 사유를 이유로 재판에 참석하지 않아 절차가 중단되기도 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같은 사건에서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의 1심 재판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오는 28일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는데 다른 재판부(형사합의12부)에서 유사한 법리의 양형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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