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우유 수입증가에 우유자급률 붕괴 우려
지난해 우유 자급률 49%
내년부터 무관세 수입 비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농축산품 수입액이 증가하면서 국내 자급률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우유의 경우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들어오는 우유 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되면 우유 시장 경쟁구도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농촌경제연구원의 3분기 농축산물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1~9월 농식품 총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32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FTA 체결국에서의 농식품 수입액은 전년동기대비 4.9% 증가한 288억5000만달러다.
FTA 체결로 농축산물 수입압박이 더 세진 것인데 수입에 비해 수출은 감소했다. FTA 체결국으로만 보면 농축산품무역수지 적자는 4.5% 증가한 22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중 관세율이 낮아져 내년 무관세로 수입하는 우유제품은 국내 자급률이 붕괴될 수준이다.
우유는 2012년 발효한 한-미 FTA에 따라 첫해 미국산 우유에 관세 33.6%를 적용한 후 2024년에는 4.8%, 올해는 2.4%로 점차 낮아졌다. 내년엔 무관세로 수입된다. 한-EU FTA에 따라 유럽산 우유도 2011년 33.8%에서 2024년 4.5%, 2025년 2.3%로 관세율이 꾸준히 낮아졌고 내년엔 무관세로 들어온다.
외국산 우유는 점차 낮아진 관세 혜택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4만8671톤(3억85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3년전인 2022년(2만3198톤)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수입량은 5만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멸균우유는 초고온에서 가열 처리해 상온에서도 몇달간 보관할 수 있고 국산 우유보다 저렴해 대체재로 선호된다.
수입 우유 대부분은 폴란드에서 들어온다. 2024년 폴란드 유제품 3190만유로가 한국으로 수입됐다. 전년 대비 3.9배 증가한 양이다. 폴란드산 멸균우유 ‘믈레코비타’ 1리터에 약 1300원으로 서울우유의 절반 가격에 팔리고 있다.
외국산 유제품 관세율 하락으로 국내 우유산업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유 자급률도 50%선이 붕괴됐다. FTA 발효 직전인 2010년 우유 자급률은 65.4%였지만 2024년엔 49.9%로 50% 아래로 내려갔다.
치즈·분유의 자급률도 하락세다. 같은 기간 치즈는 6.7%에서 2.4%, 분유는 27.2%에서 18.6%까지 떨어졌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