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업계 “규제유예로 붕괴 위기”

2025-11-24 13:00:07 게재

‘플라스틱빨대 사용 급증’ 주장 … 한국만 정책후퇴, 업계혼란 가중

일회용품 규제 중단으로 종이빨대업계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커피전문점 등 프랜차이즈업계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후퇴로 유통업계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4일 유통가와 종이빨대업계에 따르면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주요 식음료 프랜차이즈들이 플라스틱 빨대 사용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종이빨대 제조업체 리앤비 종이빨대. 사진 리앤비 제공

종이빨대업계 측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주요 프랜차이즈가 종이빨대 의무화 정책에서 벗어나 플라스틱 사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환경오염과 산업 피해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2025서울카페쇼에도 종이빨대는 사라지고 플라스틱 계열 빨대만 넘쳐났다”고 덧붙였다.

앞서 2021년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2년부터 외식업계 종이빨대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집권 2년차인 2023년말 이 규칙시행을 무기한 유예했고 사실상 규제를 멈췄다.

종이빨대업계는 “스타벅스는 탈플라스틱 정책을 추진하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 매장에서 사탕수수 기반 식물 유래 플라스틱 빨대를 전국적으로 도입하고 종이와 플라스틱 병행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투썸플레이스·이디야커피·엔젤리너스 등도 유사한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계열 빨대는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 매립·소각돼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길이 20cm 내외 빨대는 바다거북 바닷새 바다표범 등 해양생물이 먹이로 착각해 치명적 폐사를 유발한다. 국제환경단체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는 해양 쓰레기 발생량 상위 항목이며 분해에는 최대 500년이 걸린다.

때문에 국내에서 연간 수억개 플라스틱 빨대가 소비되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생태계는 물론 인체 위해 우려가 다시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종이빨대업계 측 주장이다.

당장 더 큰 문제는 정책을 믿고 설비와 인력에 투자한 종이빨대 업체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종이빨대 제조업체 관계자는 “설비 투자금과 인력이 그대로 부채로 전환되면서 산업 전체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며 “일부 업체는 버티기 위해 대표가 개인 자산을 처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을 믿은 죄밖에 없는데 17개 업체가 6개로 줄었고 대부분 파산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EU(유럽연합)는 2021년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UPD)을 통해 빨대, 젓개 등 플라스틱 품목을 전면 금지하고 폐플라스틱에 ‘플라스틱세’를 부과해 생산·유통 단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종이빨대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종이빨대 정책을 연이어 보류·축소하면서 국제적 흐름과 반대로 나가고 있다”면서 “오죽하면 환경단체들이 한국만 역주행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겠냐”고 반문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고병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