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청년 일상회복 도울 ‘생태계’ 만든다

2025-11-24 13:00:14 게재

은평구, 1700명 실태조사 실시하고

심리·복지 전문가와 지원방안 모색

‘정서적 외로움 경험 16.2%’ ‘일상생활 유지나 자기관리 어려움 경험 18.4%’ ‘경제 관계 건강 등 일상적 위기 경험 3.5%’ ‘자살사고 돌봄 치료중단 등 심각한 긴급위험 경험 5.6%’….

사회적으로 청년들 고립·은둔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은평구가 지역 내 청년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지원방안을 모색해 눈길을 끈다. 청년들이 일상을 회복하도록 지역사회 전반이 함께하는 ‘은평형 회복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다.

24일 은평구에 따르면 구는 ‘고립을 넘어 연결로, 은평구 청년 실태와 민·관 협력의 길’을 주제로 고립·은둔 정책포럼을 열었다. 지난 4월부터 넉달간 16개 동주민센터 공무원과 5개 기관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복지플래너 안부살피미 우리동네돌봄단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 743명이 함께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했다.

은평구가 고립·은둔 청년들 일상회복을 지원하는 지역 맞춤형 통합 지원체계 ‘은평형 회복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사진은 고립청년들이 문화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은평구 제공

은평구는 앞서 지난 2021년 ‘은둔형 외톨이 재활촉진 조례’를 제정한 이후 일찍부터 고립청년들 지원에 나섰다. 2023년에는 민·관 관계자 교육과 관련 사업공유회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담 인력을 채용했다. 올해는 돌봄복지국 안에 고독대응팀을 신설하는 한편 종합사회복지관과 청년센터 은평 등 5개 기관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꾸렸다.

지난 17일 열린 포럼은 그 연장선에 있다. 4~7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나연 명지대 심리재활학과 연구원이 고립·은둔 실태를 공유했다. 조사에 참여한 청년은 모두 1744명이다. 20대가 1016명이고 나머지는 30대다. 1인가구가 508명(30.3%)으로 가장 많고 가구 유형별로 보면 다가구·다세대가 816명으로 절반 가까운 47.6%다.

청년들 가운데 위험군은 44.9%에 달한다. 1인가구와 고시원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수준이 높고 일상관리 측면에서는 원룸 거주 청년까지 위생 식사 대인관계 관리에서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돌봄 치료중단 관계상실 경제위기 문항에서도 높은 점수가 나왔다. 최 연구원은 “협소한 생활공간과 동거인 부재가 결합된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한다”며 “생활환경 제약이 자기관리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청년들 회복을 위해 필요한 10개 정책 제안도 나왔다. 고위험군 긴급 대응, 위기개입 체계 강화, 재은둔 방지를 위한 사후관리체계 구축 등이다. 참여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생활권 기반으로 조기개입 체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협력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김연은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장은 “고립·은둔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단절의 결과라 단절을 회복시키는 힘 또한 전문기관보다 일상 속 사회관계망에서 비롯된다”며 지역사회가 청년 회복을 위한 일차적 환경이자 관계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애 녹번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지역에서 청년을 발견하고 복지관에서 관계를 형성하며 공공을 통해 다양한 개입을 한 후 다시 복지관에서 청년 일상회복을 함께하는 순환구조”를 강조했다.

은평구는 실태조사와 포럼 결과를 토대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한다. 이를 기반으로 복지 정신건강 고용 주거 교육 등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 '은평형 회복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청년들의 외로움과 고립은 이제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은평구는 그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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