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로드러너’ 배차 추진에 현장 반발
배달노조 “노동 통제·수익 해외 유출 우려”
우아한형제들 “배차 품질 개선 목적” 입장
배달의민족이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글로벌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 도입을 추진하자 현장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24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H 신규 배차 시스템 도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배달노조는 “로드러너가 단순한 앱 개선이 아니라 노동시간 통제강화를 동반한 구조적 전환”이라며 “시스템 사용료 등을 통해 해외 본사로 수익이 이전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로드러너는 DH의 글로벌 배차 시스템을 국내에 적용하는 형태로 라이더가 사전에 근무 시간(스케줄)을 신청하고, 해당 시간에 배차받도록 설계됐다. 라이더 등급과 수행률 등에 따라 일정 우선권도 부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노조는 배민이 지난 4월부터 화성·오산 등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로드러너가 기존 자유 로그온 방식 대신 사전 일정 예약이 필수화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예약하지 않으면 배차받을 수 없고 예약한 시간에도 주문이 없으면 무급 대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해진 시간에 회사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라면 실질적으로 직원과 다르지 않다”며 “근로자성을 부정하면서 의무만 부과하는 기형적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스템 사용료와 각종 수수료가 해외 본사의 수익 이전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자체 긴급 설문에서 응답 라이더 97%가 로드러너 도입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DH의 배민 인수 이후 2023년 배당으로 4100억원, 지난해 자사주 매입·소각 방식으로 5300억원이 해외로 송금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정한플랫폼을위한전국사장연합, 라이더유니온, 화섬식품노조 우아한형제들지회는 지난 9월 로드러너 도입 관련 ‘피해자 증언’을 갖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로드러너 도입 반대 회견을 가졌다.
한편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달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로드러너와 관련해 “최대한 피드백을 들어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우아한형제들 기술자들과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측은 “당사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여러 기술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로드러너도 그중 하나”라며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범 도입 지역에서는 안정적인 배차, 동선 개선, 배달 효율성 증가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노동조합과는 교섭을 통해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노조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