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이종섭 도피’ 윤석열 재판행
순직해병특검, ‘수사외압’ 이어 추가 기소 예정
28일 수사기간 종료, ‘구명로비 의혹’은 미제로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해온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번 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 관련자들을 기소하고 모든 수사를 마무리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팀은 오는 28일 수사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 전 장관 범인도피 의혹 사건에 대한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
이 의혹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에 오르자 호주대사로 임명해 빼돌리려 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이 전 장관은 2023년 9월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피의자로 입건돼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4일 그를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사흘 뒤인 같은 달 7일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전 장관은 임명 6일 만에 호주로 출국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전 대통령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전 장관은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귀국했고, 같은 달 29일 사임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키기 위해 대통령실과 외교부, 법무부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과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 개입한 당시 대통령실과 외교부, 법무부 등 관련자 6~7명을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특검 출범 전 채상병 사건을 수사했던 공수처가 고의로 수사를 지연했다는 의혹과 국가인권위원회가 항명 등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의 긴급구제 및 제3자 진정을 부당하게 기각했다는 의혹에 대한 처분도 이번 주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상병 사건 수사 당시 공수처장 직무를 대행했던 김선규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관련자를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를 지연시킨 혐의로, 공수처 차장 대행이었던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 등의 통신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특검 수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이 청구한 두 사람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이 전 장관과 통화한 후 돌연 입장을 바꿔 박 대령의 긴급구제를 기각하고, 진정 사건도 전원위에 회부하지 않고 기각하는 등 절차를 어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지난 1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채상병 순직사건 관련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2023년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당시 무리한 지시로 채상병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임 전 사단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수해복구 현장을 총괄한 신속기동부대장이었던 박상현 전 7여단장과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 장 모 포7대대 본부중대장 등 4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검팀은 또 21일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등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임 전 사단장을 피의자로 특정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고, 이에 따라 사건 기록 이첩 보류 및 회수, 사건 축소, 박 대령 항명수사 등이 위법·부당하게 이뤄졌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다.
특검팀은 수사 외압의 동기를 설명해 줄 ‘구명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해왔으나 관련자들의 비협조 등으로 기한 내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의혹은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순직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되자 여러 경로로 자신을 혐의자에서 빼달라고 윗선에 청탁했다는 게 골자다. 특검팀은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을 통한 로비 의혹과 개신교계 인사들을 통한 로비 의혹 등 두 갈래로 수사를 진행해왔으나 아직까지 확실한 혐의점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활동기간이 끝나는 28일까지 완료하지 못한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넘어가고, 특검팀은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한다. 최종 수사결과는 다음달 1일 발표될 예정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