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인건비 부정집행 소송, 1·2심 또 엇갈려
1심 “환수처분 위법아냐” … 2심 “환수금액 현저히 부당”
서울대가 연구개발비 중 학생인건비 부정 집행을 이유로 교육부와 벌이는 소송에서 1·2심 판단이 또 엇갈렸다. 1심은 “사업비 용도외 사용에 대한 환수처분 자체가 위법이 아니다”라며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등록금 등을 제외하고 환수금액을 결정한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며 교육부의 처분을 취소했다. 앞선 이 사건의 선행판결은 서울대 1심 일부승소, 2심 패소였다가 대법원에서 뒤집힌 바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4-1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참여제한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교육부는 한국연구재단에 위임해 2008~2020년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2단계 두뇌한국(BK) 21 사업’ ‘BK21 플러스 사업’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WCU) 사업’ 학술지원 대상자로 선정해 사업비를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공과대학 소속으로 산학협력단 연구자로 참여한 조 모 교수는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에게 2011년 5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지급된 학생인건비 약 2억6860만원 중 약 7100만원을 공동관리 계좌로 입금하도록 해 연구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
교육부는 2016년 5월 학생인건비 부정 집행을 이유로 산학협력단 및 조 교수를 상대로 약 7100만원의 사업비 환수처분과 3년간의 학술지원 대상자선정 제외 처분을 했다. 조 교수는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은 서울대 1심 일부승소, 2심 패소로 엇갈렸다. 이후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2020년 6월 처분사유는 인정되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는 서울고법 판결이 나왔다.
이후 교육부가 2023년 12월 선행판결의 후속조치로 약 4900만원의 환수 등 2차 처분을 하자, 서울대도 2차 소송으로 맞섰다.
1·2심은 이번에도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선행 판결은 조 교수에 대한 선행 처분에 관한 것으로서 전액 환수처분과 지원대상 제외처분(3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취지일뿐”이라며 “교육부가 사업비 용도외 사용에 대해 환수처분을 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판시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교육부의 환수처분 자체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은 아니지만, “환수금액 산정에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교육부의 처분을 취소했다.
2심은 “학생인건비는 대학원생 개인에게 지급되는 금전이므로 그 중 일정 금액을 회수해 공동관리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며 “공동관리 계좌운영은 학생들의 자발적 의사로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환수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공동관리된 학생인건비는 연구실 소속 전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됐다”면서 “총 환수금액(약 7100만원)에서 소속 학생연구원의 등록금이나 학술대회 참가비용 등으로 사용된 금액 등을 반영했다면 최종환수금액은 (4900만원보다) 낮게 산정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환수금액을 현저히 부당하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 18일 상고해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또 받게 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