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주무 복지부로 이관
지역의료 위기에 국립대병원 강화 전환점
주무부처 이관해도 교육·연구분야 제도적 보장 가능 … “공공의료와 교육·연구는 보완 관계”
이재명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를 보건복지부로 이관’ 추진이 포함돼 있다. 국민들은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현재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는 교육부다. 교육부는 주무인 의대 교육 분야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국립대병원의 보건의료분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됐다. 국립대병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립대병원 주무부처의 보건복지부로 이관과 전폭적인 인력 확보, 시설 장비 등에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시대의 과제인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그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국립대병원의 역할 강화를 빼고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정부의 국립대병원 소관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하면서 국립대병원 보건의료분야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타당하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는 관련 제도를 변경 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국립대병원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자단체들은 교육 연구 분야는 법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의료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은 수도권으로 원정진료를 하면서 제 때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추가 지출하고 있다.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추진에 뜻을 모을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지역 간 치료가능 사망률의 격차는 갈수로 심화되는 지역의료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의료진 역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지방의료 기반이 붕괴될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이재명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립대병원의 주무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등 국립대병원 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5일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국립대병원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보장하되, 교육 연구자로서이 역할도 더욱 강화하도록 세심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의료 격차, 필수의료 위기 커져 = 우리나라 필수의료체계 위기와 지역의료 격차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의 ‘국립대병원 혁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필수의료 공백 문제와 더불어 지역간 의료자원의 격차 확대 등 문제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지역필수의료 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중진료권은 11개,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없는 중진료권은 14개 등 의료자원의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전공의 확보율을 살펴보면 피부과는 100%인데 반해 소아청소년과 27.5%, 흉부외과 34.8% 등 기피과의 전공의 확보율이 미흡하다.
시도별 전문의 수에서도 지역간 격차가 확인된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는 인구 10만명당 서울이 3.4명으로 가장 많다. 세종 1.3명, 경기 1.7명으로 적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인구 10만명당 서울이 17.4명으로 가장 많았다. 세종 8.5명, 전남 8.7명으로 가장 적었다. 소아청소년과는 세종이 20.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이 16.1명, 부산이 14.2명 순이고 경북이 7.7명으로 가장 적었다. 응급의학과는 제주도가 7.3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이 3.6명으로 가장 적었다. 시도 및 중진료권별 지역 건강격차를 살펴보면 치료가능사망률은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이 36.6으로 가장 낮은 반면 인천이 51.5로 가장 높았다. 중진료권에서는 서울동남권이 32.8, 경기 포천권이 60.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런 지역필수의료 위기상황에서 국립대병원의 역할이 강조된다.
◆수도권 대형병원과 경쟁력 뒤져, 제 역할 못해 = 국립대병원은 광역시도 단위 권역 내 고난도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수도권 대형병원과 경쟁에서 뒤처지고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현재 교육부 소관하에서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의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가 누적돼 왔다.
신 연구위원에 따르면 그간 국립대병원은 낮은 보상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높은 이직률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다보니 특정 의료진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현상도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내구연한 초과사용 장비 120대 등 시설 노후화 △10병상 당 전문의 수가 2.3명~3.3명으로 서울 빅5병원의 4.1명~4.8명 등으로 부족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려 적자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 국립대병원 적자규모는 2023년 2847억원에서 2024년 5662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국립대병원의 경영난과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부가 가동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전무하다. 의료인력확보, 의료 인프라 구축, 수가 확대 등 건강보험체계, 전공의 교육 배정 등 국립대병원을 지원하고 육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복지부에 있다.
그리고 교육부의 국립대병원에 지원하는 예산은 2025년 14개 국립대병원에 11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병원당 100억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자본 잠식 상태인 국립대병원의 위기해소를 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원활한 국립대병원 강화 추진을 위해 국립대병원의 주무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임상-연구-교육은 선순환, 국립대병원 강화가 답 = 관련해서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주무부처 이관을 반대하는 입장을 계속 내고 있다. 복지부가 진료기능만 강조하면서 교육과 연구 기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국립대병원협회가 지난 4~6일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설문에서 9개 지역 국립대학병원 교수 1063명 중 79.9%가 부처이관을 반대했다. 국립대병원들은 “교수의 대부분이 이관에 반대하고 교육 연구 기능 저하도 우려된다”며 “교수 인력의 이탈로 지역필수공공의료의 보루인 국립대병원의 진료 역량도 약화될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주무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옮기는 것만으로 교육 연구기능 저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상 국립대병원 수행하는 7개 사무에는 △전공의 수련 △의학계 관련 연구 △임상 연구들을 이미 포함해 교육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인 보장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소관 하의 병원 임상기능 약화로 실질적인 연구와 교육 기능에 차질이 발생해 왔다. 임상테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임상·기초연구는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전공의들도 다양한 임상경험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임상과 교육 그리고 연구는 선순환돼야 하는데 현재 국립대병원에서는 붕괴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고 ‘교육과 연구를 위해 이관을 반대한다’는 것은 실제 교육과 연구 토대를 더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환자안전, 지역의료전달체계 구축에 시너지 = 국립대병원 주무부처 이관에 대해 환자단체들은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지지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그 동안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소관 안에서 필수의료-응급의료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지역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어려웠다”며 “지방 중증환자의 치료 기회 상실, 응급환자의 반복적인 병원 전전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교육 연구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인력 확충, 권역 거점병원 강화, 연구기반 확충 등은 결국 국립대병원의 교육 연구 환경을 더 넗힐 수 있다”며 “의료계와 정부가 교육 연구 기능을 보호하는 장치를 충분히 마련한다면 공공의료 강화와 학문적 자율성 보장은 양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필수의료의 완결적 구축을 위해 국립대병원의 강화와 주무부처 이관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수 경상대의대 교수는 “국립대병원은 연구교육 기능 외 지역의 공공병원 민간병원 보건소 보건지소 등 지역의료기관의 의료전달체계를 갖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주무부처가 복지부로 옮기면 그 시너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의정갈등 등으로 쌓인 국립대병원 적자 상황을 정부가 해결해 주면 교수들의 신뢰도 높아 질 것”이라며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등이 제대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주무부처 이관 후 교육 연구 임상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직접 설명하며 우려사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협의체 제5차 회의를 열고 9개 지역 국립대학병원장과 논의했다.
그간 논의 과정에서 수렴한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국립대병원 임상 교육 연구 육성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종합적인 지원방안에는 △국립대병원 대상 특화 연구개발 확대 △전공의 수련 확충 △의료인력 확보 지원 등 교육과 연구 기능이 더 강화될 수 있는 제도적 재정적 지원방향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