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수능마케팅 사라진 카드업계
13일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날이었다. 수능이 끝나면 기업들은 으레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대학진학을 위해 몸과 마음을 소진해온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알리거나 단기적으로 매출 증대를 꾀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썰렁했다. 수능 특수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사실 수능 마케팅이 시들해진 것은 코로나19 유행 이후다. 코로나 엔데믹 후 다시금 마케팅전이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그 사이에 소비자 취향도 바뀌었다. 틀에 박힌 마케팅은 눈길을 끌지 못했다.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업종이 있다. 바로 신용카드다. 주요 언론의 기사를 보면 5년 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사들은 다양한 수능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일정 정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추첨을 통해 해외여행 상품권이나 대학생 필수품인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놀이공원은 물론 외식업계 행사 등 제공되는 혜택도 다양했다.
특히 수험생들의 대학시절을 응원하려는 판촉활동이 지배적이었다. 어학학원을 비롯해 노트북 구입 등 대학입학 준비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입할 때 무이자할부를 제공했다. 신용카드사들은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수험생들에게 스며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능 마케팅 보도자료를 내놓은 곳도 금융지주 계열의 카드사 한곳에 불과했다.
이처럼 수능 마케팅이 사라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업계 어려움이 꼽힌다. 신용카드는 철저한 내수산업이다. 내수가 침체되면 강력하게 타격받는 업종이다. 여기에 그런데 각종 규제로 몸집은 커져도 수익률은 줄고 있다. 이른바 ‘불황형 성장’이다. 무이자할부 비용도 대개 카드사가 부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카드사들에게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더 본질적 어려움은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다. 2026학년도 수능 지원자수는 55만4174명이다. 숫자는 지난해보다 3만명 늘었다. 2019학년도 이후 가장 많다. 하지만 1996년 수능 지원자가 75만명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2016년 60만명에서도 10% 가까이 감소했다. 재수생과 검정고시생 등을 제외하면 올해 고교 졸업 수험생은 37만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능 응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과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대졸 취업도 어려워지자 아예 진학을 건너뛰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설령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취업이 쉽지 않고,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추는데 상당한 시간이 들어간다.
수험생 감소는 카드업계 마케팅 축소로 이어진다. 인구구조 변화에서 기인하는 이런 악순환을 해결할 방법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