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성공 뒤에 남은 과제
K콘텐츠타고 급성장…매운 브랜드 고착 위험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현지유통망 환율 규제 등 넘어야할 산 많아
콘텐츠 결합형 마케팅의 고도화, 현지 생산·물류 인프라 확대해야
K푸드가 다시 세계 무대 중심에 서고 있다. 한국 드라마·K팝·게임이 이끄는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 식품이 글로벌 소비 패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영향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식 매운맛, 가정간편식(HMR),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식품시장은 ‘K푸드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K푸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 현지화 전략의 한계, 통관 규제 강화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성공 사례는 분명하지만 이면에는 구조적으로 보완해야 할 숙제도 있다.
◆K스파이시 글로벌 언어 =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마라’ 열풍이 지나간 자리를 한국식 매운맛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미국·유럽·동남아 주요 유통 플랫폼에서는 ‘K스파이시’라는 별도 카테고리가 생겨날 정도다. 한국 라면·떡볶이·치킨 소스가 대표적이다.
라면 업계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했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 한국 라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미국·유럽·중동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식 라면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경험하는 음식’으로 소비된다. 먹방·챌린지 콘텐츠가 소비와 직결되는 독특한 시장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교민 중심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현지 Z세대, 2030 소비자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K푸드 세계화 최고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되며 삼양식품 전체 매출 7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핵불닭 챌린지’ 등 SNS 바이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자발적 소비 확산이 일어났다. 업계는 불닭 성공을 ‘제품력’과 ‘문화적 확산’ 결합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매운 라면이 아니라 ‘한국형 도전 문화’를 담아낸 콘텐츠가 된 것이다.
CJ ‘비비고 만두’는 북미 만두시장 점유율 1위를 굳히며 K푸드 고급화를 이끌었다.
미국 현지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유통을 재정비했다.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미니 완탕’, ‘소고기·치즈 만두’ 등 맞춤 메뉴를 잇달아 출시했다.
CJ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에서 ‘K라이프스타일’을 해석해 상품으로 번역하는 전략을 취했다. 업계는 이를 가장 성공적인 K푸드 현지화 사례로 평가한다.
소주·막걸리 역시 미국·유럽 술 문화와 결합해 성장세가 가파르다. K팝과 함께 K바가 확산됐고, 젊은 소비자층이 소주를 ‘가벼운 술’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과일소주는 미국·동남아에서 ‘입문 주류’로 자리 잡았다. 소주가 현지 한식당을 넘어 메인스트림 주류매장까지 진출한 건 최근의 변화다.
◆콘텐츠가 만들고, 소비자가 확산 = K푸드 세계화 핵심 원동력은 ‘자발적 소비 확산’이다. OTT·유튜브·틱톡 등 콘텐츠 중심 플랫폼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드라마 속 라면 장면 한컷, 예능 속 간편식 한스푼이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구매 동기가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가장 비용 효율적인 글로벌 마케팅”으로 평가한다. 정부·기업이 만든 홍보가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확산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글로벌 공급망은 불안정했다. 밀·옥수수·원유 등의 원재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출렁인다. 식품기업들은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해외 생산기지 확보가 필수 전략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되면 단순 해외 판매로 한계가 있다”며 “현지 공장·물류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K푸드가 성장할수록 규제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식품 라벨규정 강화, 유럽 첨가물·나트륨 규제, 중국 건강인증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K푸드는 매운맛 중심 특성상 나트륨 수치가 높아 규제에 취약하다.
식품업계는 “맛과 규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또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K푸드가 ‘스파이시 브랜드’로 고정되는 것은 기회이자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강한 개성은 단기 확산에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확장성에 제약이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식발효 건강식 웰빙식 등 다양한 카테고리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 유럽과 중동에서는 여전히 K-푸드가 교민 중심 유통망에 의존하고 있다. 현지 대형 유통업체와의 직거래, K푸드 전문 매장 확대, 온라인 플랫폼 협업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K푸드 과제를 △콘텐츠 결합형 마케팅의 고도화 △현지 생산·물류 인프라 확대 △매운맛 편중을 넘어선 제품 다변화 △글로벌 규제 대응 기술 강화 △ ESG·친환경 포장·지속가능성 확보라고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 무대 중심에 섰다”며 “지금의 성과가 지속되려면 정교한 글로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