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
은행 자체평가업 불법 공방 … 본점평가물량 1.1%가 논란
감정평가사들이 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업무에 반기를 들며 규탄대회를 7회째 이어가고 있다. 은행이 감정평가시장에 불법으로 진입했다고 주장하며 KB국민은행을 상대로 장기간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협회)는 25일 제7차 KB국민은행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위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협회는 “9월 29일 1차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국민은행의 불법 자체 감정평가 행위 중단을 촉구해 왔지만 여전히 불법 자체 감정평가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2020년부터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에 불법 자체 감정평가 제도개선을 제안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년간 불법 자체 감정평가를 지적해왔다. 감정평가사들이 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업무에 반발하는 것은 담보물에 대해 은행이 직접 감정평가할 경우 담보물 가치를 대한 과대·과소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담보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이 담보물에 대한 평가는 회계감사와 마찬가지로 제3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논리다.
협회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담보물 가치 평가는 외부 감정평가 29.8%, 은행 자체평가 70.2%로 진행되고 있다. 자체 감정평가 70.2% 중 △세칙이 인정하는 업무 52.7% △시세분석업체 제공 13.6% △본점 전담부서 평가 1.1% △지점 일반직원평가가 2.8%다. 감정평가사들은 이중 본점 전담부서 평가 1.1%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점에서 감정평가사들을 고용해 감정평가법인과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협회는 은행의 이같은 행위가 감정평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정평가행위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교통부는 앞서 9월 금융기관 자체 감정평가에 대해 감정평가법 제5조 제2항 위반이라고 유권해석했다.
양길수 감정평가사협회 회장은 “금융기관에 고용된 감정평가사는 본래 업무인 감정평가법인에 제출하는 감정평가서 심사업무로 즉시 전환해야 한다”며 “담보물 평가를 받아야 하는 국민들의 권익과 금융 안정성이 거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자체 감정평가업무에 대해 금융권 전체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 등에서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자체 대응이나 협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