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 이순재 별세

2025-11-25 13:00:32 게재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순재는 고령에도 철저한 건강관리를 자랑하며 최근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사진은 ‘2007년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탤런트 이순재. 연합뉴스

이순재가 연기에 눈을 뜬 건 대학 시절이다.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한 그는 영화 보기에 빠졌고,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순재는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면서 한국 방송 역사를 함께 해왔다.

주요 출연 드라마는 ‘나도 인간이 되련다’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140편에 달하지만,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을 정도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1992)는 시청률 65%를 기록했고, 가부장적 아버지의 표상이었던 캐릭터 ‘대발이 아버지’로 당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순재는 사극 전성시대도 이끌었다. ‘사모곡’ ‘인목대비’ ‘상노’ ‘풍운’ ‘독립문’ 등 1970·80년대 사극에 꾸준히 출연했고, ‘허준’(1999) ‘상도’(2001) ‘이산’(2007) 등을 묵직한 연기로 히트시켰다.

70대 들어 출연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는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코믹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예능 ‘꽃보다 할배’(2013)에서는 지치지 않는 체력과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나이를 잊은 열정을 보여줬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이순재는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리어왕’(2021)에서 열연을 펼쳤다. 2023년에는 연출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송현경 기자 연합뉴스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