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공부에서 ‘무음 환경’이 중요한 이유와 효과적인 공부법

2025-11-25 13:31:13 게재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공부 환경을 보면, 음악을 들으면서 문제를 풀거나 휴대폰으로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놓고 학습하는 모습이 흔하다. 집에서도, 독서실에서도, 심지어 학교 자습 시간에도 이어폰을 끼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음악이 공부의 지루함을 줄이고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믿음, 혹은 “음악이 있어야 집중돼요”라는 개인적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학생 다수는 음악이 공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고 느끼며, 이를 일종의 ‘집중 루틴’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 습관에는 중요한 맹점이 있다. 학교 시험과 대학 입시 수능은 철저한 무음 환경에서 치러진다는 사실이다. 어떤 음악도, 장치도 허용되지 않고 오직 문제지와 연필 소리, 주변의 숨소리만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평소 공부 환경과 시험 환경 사이에 큰 간극이 생기면, 학생은 실전에서 낯섦과 불편함을 느끼기 쉽다. 결국 “음악이 있어야 집중이 되는 공부 방식”은 실전 시험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모순이 생긴다.

또한 수학 문제를 풀 때 우리의 뇌는 조건을 읽고, 구조를 분석하며, 계산을 수행하고, 논리적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고도의 언어적·논리적 사고 과정이며, 매우 많은 정신적 자원을 소모한다. 이때 음악은 특히 가사가 포함된 음악일수록 그 자원을 일부 차지하게 되어 사고의 흐름을 미세하게 방해할 수 있다. 고난도 문항이나 증명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일수록 이러한 방해 효과는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즉, 수학은 조용한 환경에서 사고가 더 명확해지고, 추론의 연결이 더 안정적이며, 계산 실수도 줄어든다. 조용함은 수학 학습의 기본 조건이다.

그렇다면 수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명확하다. 시험 환경과 동일한 조건(무음)에서 사고의 선명도를 유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과학적으로도 학습과 시험의 환경이 일치할수록 성취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학습 환경과 시험 환경이 동일할수록 실제 성과가 높아지는 현상을 ‘상태 의존 학습(state-dependent learning)’이라고 한다. 음악이 있는 상태에서 학습하면 그 환경 자체가 학습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음악이 없는 시험장에서 뇌는 익숙한 단서를 잃고 평소보다 사고의 전환 속도나 풀이 리듬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꾸준히 무음 환경에서 훈련한 학생들은 시험장에서 ‘집중이 더 잘 된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훈련된 조건이 실전에서 그대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음악이 있어야 집중돼요”라고 말하는 것은 집중력의 문제가 아니라, 익숙함에 대한 의존일 때가 많다. 우리는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 사고력과 집중력을 갖추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 시작은 조용한 환경에서 문제와 오롯이 마주하는 작은 연습이다.

정영필 수학 연구소

정영필 원장

정영필 수학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