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전자상가 '인공지능·정보통신' 중심 된다
용산구 ‘신산업 거점 개발 계획’ 마련
특정개발진흥기구에 지원단지 조성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알아서 찾아왔어요. 일본 사람들도 서울에 오면 무조건 전자상가에 왔죠. 그때처럼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주민 박 모(59)씨는 요즘 기대감에 차 있다. 용산전자상가 일대가 옛 영화를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박씨는 “관광산업과 연결하면 세계적인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전자상가 일대 특정개발진흥지구를 미래 신산업인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일명 ‘용산 코어밸리’다. 박희영 구청장은 “27일 기공식을 하는 국제업무지구에 2030년이면 세계적인 기업들이 입주하게 된다”며 “배후단지인 전자상가와 주변 지역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980년대 준공된 전자상가는 1990년대 전자산업과 유통 거점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2000년대 이후 장기적으로 침체된 상태다. 용산구는 전자상가 재생을 위해 민선 8기 들어 전담반을 꾸리고 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을 준비해 왔다. 지난 4월 전자상가를 포함한 한강로동과 원효로1·2동 일대가 대상지로 선정됐고 오는 2027년 지구단위계획결정 변경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29만325㎡에 달하는 특정개발진흥지구가 곧 코어밸리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총괄계획가인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가 지난 19일 열린 ‘용산 신산업정책 포럼’에서 밑그림을 선보였다. 초기·벤처 기업 유치를 위한 연구·개발 센터와 체험·교육시설 구축이 우선이다.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콘텐츠 관련 전문 연구소를 비롯해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장비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시험장 등이다. 촬영 스튜디오와 편집 시설, 전시·체험 공간과 교육·훈련 시설도 포함된다.
구 교수는 취·창업 공간 지원과 인재 육성 프로그램 운영,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경영 지원, 기업간 협업이나 공동사업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 형성, 창업지원주택과 녹지 등 근로자 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과제로 꼽았다. 용산구는 그 구상에 맞춰 취·창업 통합센터, 1인가구 지원시설, 일자리 지원센터 등 4개 공공지원시설을 특정개발진흥지구에 배치할 계획이다. 창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약을 맺었다.
전문가들은 용산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남상도 미소정보기술 대표는 “교통 여건과 산업기반이 뛰어나고 인근에 좋은 대학이 많아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며 “인공지능을 핵심 동력으로 하는 산업·기술 융합 거점으로 성장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명범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위원은 “공공이 주도하는 국제업무지구와 혁신지구 시범사업, 숙명여대 캠퍼스타운 사업 등이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어 혁신·청년·연구개발 기반을 확대한다면 정보통신기술 융복합 미래 산업단지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민들 기대감도 그만큼 크다. 한강로동 주민 심 모(70)씨는 “부품의 거리가 인공지능과 창업의 거리로 탈바꿈한다는 방향이 마음에 든다”며 “젊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단순한 물리적 개발을 넘어 침체된 상권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불어넣는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이라며 “첨단산업과 주거, 문화가 어우러지는 미래형 혁신 도시를 용산에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