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폐지, 사법행정위 신설”

2025-11-26 13:00:03 게재

민주당, 사법행정 개혁 초안 공개 … 대법원장 힘빼기

퇴직대법관 5년 수임제한 … 법관 정직 최대 2년으로

사법 독립 침해 우려, 위헌성 제기 등 법원 반발 주목

더불어민주당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사법행정 개혁 방안(초안)을 내놓았다.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한편 법관 인사와 예산, 징계 등 사법체계 전반에 손을 대는 것이어서 사법부의 대응이 관심을 끈다. 특히 변호사·교수 등 다수의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사법행정위원회가 법관 인사 등을 총괄하는 안이어서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극복·사법행정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25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해 퇴직대법관의 대법원 처리 사건 수임을 5년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혁안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 따르면 민주당 TF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이를 대신할 ‘합의제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 이는 사법행정과 재판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TF의 설명이다.

사법행정위는 법원의 조직·운영·인사·징계·예산·회계 등 전반을 논의하는 ‘사법행정의 최고 심의·의결 기구’다. 장관급인 위원장 1명,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한 총 13인으로 구성된다. 원장과 상임위원은 국회나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다.

위원의 지명·추천권은 비공무원·비변호사 2인을 포함한 법관·변호사·법학교수 등으로 다양한 단체·기관에 분배했다. 2명의 상임위원은 법관·검사를 제외한 위원 중 위원장이 추천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위원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지만 위원장과 법관·검사인 위원은 연임이 불가능하다.

위원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법관을 제외한 변호사, 법학교수, 비공무원·비변호사 중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안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위원회 위원장 겸임하는 안 등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법관의 임명·보직·평정 등 법관 인사권은 사법행정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이 결정하도록 했다.

전 단장은 이와 관련해 “대법원장에게 법관 임명권을 부여한 헌법 제104조의 취지를 충분히 존중했다”고 말했다.

과반의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 구성을 두고 사법부측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지영 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은 “비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위원회는 (법관) 인사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의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며 “결국 법관이 담당하는 재판이 정치적 영향력에 노출되고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심의관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를 들어 위원회 구성의 위헌성도 제기했다.

복소연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사무처장 역시 “위원회에 개인의 이익이나 사조직 힘이 개입돼선 안 되는데, 그런 것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관예우 근절과 관련해서는 퇴임대법관의 대법원 사건 수임 제한을 퇴직한 날부터 5년 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법관의 기존 3년간 수임 제한을 5년으로 늘린 것이다.

해당 안을 발제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퇴임대법관에게 최종근무지인 대법원 사건에 한해서만, 그것도 영구적이 아니라 5년간만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변호사라는 직업수행의 방법에 대한 제한이므로 ‘직업결정의 자유’가 아니라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면서 위헌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TF는 또 법관의 징계 수준을 강화하고, 감사 기능을 실질화하는 조치도 제시했다.

법관에 대한 징계 처분은 기존에는 정직 1년이 최대였지만, 이를 2년으로 상향했다. 아울러 법관 4명, 외부 인사 3명으로 이뤄진 현행 법관징계위원회 구성을 법관 3명, 외부 인사 4명으로 변경했다.

기존 윤리감사관을 ‘감찰관’으로 변경하고 별도의 편제로 운영하는 한편, 법원 출신을 배제해 감사 기능의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TF는 전했다.

판사회의의 기능도 강화한다.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자문기구인 판사회의를 소속 판사 전원으로 확대하고, 법률이 정한 주요 사안은 반드시 판사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판사회의 심의·의결 대상에 ‘법원장 후보 선출’ 절차를 새로 포함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현희 TF 총괄단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개혁의 핵심 원칙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한 분산과 사법행정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라며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 원칙을 존중하되 위헌 요소를 없애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을 위한, 대법원장에 의한, 대법원장의 사법부를 이제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바로 세워야 한다”며 “개혁안이 이러한 사법불신을 극복하고 행정을 정상화하는 주춧돌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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