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가장 병역기피 대학생 유죄 확정
1·2·3심, 속임수 인정…징역 1년·집행유예 2년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정신과 증상을 허위로 진술한 20대 대학생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11월~2021년 9월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병역판정검사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가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병원에서 우울증 사회공포증 등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해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 받았으나, 실제로는 이전까지 정신과 질환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없을뿐더러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2021년 2월부터 9월까지 13회에 걸쳐 약물 처방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1회만 조제받았다. 총 22회 처방 중 14회는 약을 구매하지 않았음에도 의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다.
병역법 제86조는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에게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현역병으로 입영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질환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진술하는 방법으로 속임수를 썼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신과 진료의 특성상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기초해 판단이 이루어지는데, A씨는 이를 악용했다”며 “약물 처방을 계속 받으면서도 대부분 조제받지 않았고,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처럼 의사들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휴대폰 분석 결과 친구들과 “공익 최대한 가려고 병원 엄청 다니고 있다” “6개월 이상 진료기록이 필수”라는 대화를 나눈 점도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봤다.
A씨는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 위반죄 성립,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