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시세조종 일부 무죄, 징역 8년
주문 35%만 범죄로 인정, 추징금 1815억
서울고법, 17년 감형 “그러나 죄책 무거워”
라덕연 주도의 ‘8종목 시세조종’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시세조종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라씨의 징역형량이 25년에서 8년으로 줄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이승한 부장판사)는 25일 호안투자자문 대표였던 라씨와 일당 9명에 대한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시세조종 주문 3만801건 가운데 1만897건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라씨 형량은 17년 감형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추징금도 1944억원에서 129억원이 감액된 1815억원이 선고됐다. 다만 벌금은 1심과 같은 1465억원이 유지됐다.
앞서 라씨 일당은 기업형 전국 조직을 꾸려 2019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917명의 투자자로부터 7932억원을 모아 무등록 투자업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8개 종목 주식을 3만여회 걸쳐 주문한 시세조종 혐의도 받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라씨 일당이 시세조종에 사용했다고 지목된 일부 계좌 중 136개는 위임 여부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범죄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는 법률상 시세조종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라씨측이 주장한 시세조종 혐의 계좌 중 일임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의 계좌가 포함돼 있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2심 재판부가 일부 무죄를 선고한 혐의는 이익액이 특정되지 않는 시세조종 혐의와 범죄수익 은닉 및 가장 혐의다.
재판부는 “(라씨 일당) 조직 내부 자료를 보더라도 투자사실을 확인할 뚜렷하고 객관적인 내용이 없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들을 투자자로 특정한 경위나 그 근거 자료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석명했으나 (검찰에서)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범행으로 주가의 왜곡 정도, 매매에 유인된 일반 투자자의 규모가 막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양된 주가가 한순간 폭락하면서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라씨에 대해 선고하면서 보석으로 석방돼 있던 그를 법정구속했다.
한편 재판부는 범행 조직 간부로 기소된 업무총괄 변 모씨 등 9명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5년에서 2년을 선고했다. 벌금액도 24억원에서 1억원까지 선고했다.
재판부는 “라씨의 지시를 기계적으로 수행한 종속적 역할이 대부분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투자금 모집·매매 참여 정도에 따라 벌금형과 집행유예 기간을 세분화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