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론스타 판결과 홈플러스 ‘눈물’
정부가 최근 MBK파트너스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한 제재를 내리면서 사모펀드 규율 강화를 공식화했다. 사모펀드 론스타 사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경고’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 제재의 그늘 아래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고 쓰러지고 있는 이들은 기업도 투자자도 아닌 바로 홈플러스 노동자들이다. MBK가 보여준 단기수익 중심 경영이 어떻게 현장의 삶을 무너뜨리는지, 정부의 제재는 늦어진 현실 인식의 출발점일 뿐이다.
론스타를 상대로 한 국제중재에서 4000억원 배상 결정이 내려진 이후 사모펀드 경영의 부작용을 둘러싼 사회적 경계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반대행동)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과정에 정부가 부적절하게 개입했고 그 판단 실패가 결국 국제소송 빌미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사회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다시 맞고 있다며 그 중심에 MBK와 홈플러스가 있다고 경고한다.
MBK는 ‘책임투자’를 표방하며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매각 압박과 구조조정, 극단적 비용절감이 반복되며 홈플러스는 불과 몇년 만에 국내 2위 유통기업에서 사실상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는 노동자에게 집중됐다. 매장 축소와 인력감축으로 수많은 직원이 일터를 잃었고 하청·협력업체까지 연쇄적 피해를 입었다. “노동자와 채권자를 거리로 내몰았다”는 반대행동의 비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MBK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는 “김병주 회장의 책임투자 발언은 국민을 조롱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고, 국회에서는 “10만명의 일자리가 무너지고 있는데 검찰과 금융당국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질타까지 나왔다. 이는 단순한 기업 부실 문제가 아니라 금융자본의 단기수익 추구가 사회적 기반을 무너뜨린 데 대한 경고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늦었지만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제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사모펀드 이익 극대화가 노동자 생존과 지역경제를 파괴하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이미 수십만명의 생계, 지역상권, 소비자선택권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규제강화가 아니라 ‘규율의 현실화’다. 기업 소유구조와 경영 행태에 대한 실질적 감시체계, 그리고 금융자본 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핵심이다.
“론스타 사태를 반복하지 말자”는 외침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다시 비슷한 장면을 보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눈물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그 교훈을 온전히 체득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증거다.
정석용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