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사회적 신뢰회복 위한 회계기본법
올해 139개 대학이 16년 만에 등록금을 인상했다. 대학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장기간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분의 투명한 사용과 구체적인 계획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록금 사용에 민감한 이유는 자신들은 교육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을 지불한 위탁자이고 대학은 학생들의 뜻에 따라 돈을 사용해야 하는 수탁자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등록금 인상분을 본연의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할 수탁책임이 있다. 따라서 대학은 등록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회계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모든 조직 투명하게 회계보고 해야 할 수탁책임 있어
우리나라에서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은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에 따라 각각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받고 있으며, 회계감사와 감독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은 상황이 다르다. 각 분야별로 근거 법률과 기준이 산재되어 있고 회계용어도 제각각이다.
공익법인은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른 공익법인회계기준,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재무 및 회계 규칙,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회계기준규칙을 적용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도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회계사무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회계전문가도 해당 분야에 익숙하지 않으면 회계정보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유사한 기관 간의 회계기준과 회계감사 의무의 차이가 큰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은 매년 회계감사를 받고 재무제표를 공시한다. 하지만 신용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 새마을금고는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에만 회계감사를 받는다. 그런데 공시도 하지 않고 회계감독도 받지 않는다. 신용협동조합은 매년 회계감사를 받지만 새마을금고는 2년마다, 농업협동조합은 4년마다 회계감사를 받는 등 주기도 모두 다르다.
지자체 민간위탁사업비도 유사한 문제가 존재한다. 민간위탁사업은 원래 지자체가 운영해야 하는 쓰레기소각장 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과 같은 사업들을 민간에 위탁한 것이다. 우리나라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단 40곳만 조례로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가 의무화되어 있다. 작년 민간위탁사업비 13조8000억원 중 76% 수준인 10조5000억원이 회계감사 사각지대에 있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지원되는 사업은 법률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고 있어 지자체 민간위탁사업과 비교하면 회계투명성에서 차이가 크다.
회계기본법 도입으로 사회 전체적인 투명성과 신뢰성 높여야
우리나라 비영리기관은 법인형태에 따라 근거법령 주무부처 회계기준 회계감사기준과 감독기관이 모두 제각각이고 회계감사 및 공시의무도 모두 다르다. 이렇게 파편화된 제도는 일관되고 통일성이 있는 회계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정보이용자들이 회계정보를 이해하고 비교하는 것도 어렵게 한다. 모든 조직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회계보고 및 감사기준 그리고 회계정책이 필요하다.
타인의 돈을 쓰는 모든 조직은 일정한 회계기준에 따라 신뢰성 있는 회계보고를 할 책임이 있다. 모든 조직 운영자는 신뢰성 있는 회계보고서 작성을 위해 내부회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해야 하고 회계감사를 받은 후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하거나 공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계보고 및 감사제도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회계기본법은 기본적인 회계개념과 절차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회계는 타인의 돈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사용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회계보고 및 감독체계를 잘 갖추는 것은 사회적 자본인 신뢰를 쌓는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