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관세협정 확대, 우리 농축산물 경쟁력은 2
시장개방에 망하는 줄 알았는데, 포도의 반전
5년간 수입 6만5천톤에서 4만여톤으로 ↓, 수출은 2배 이상 증가 …전문 수출단지 조성해 세계화 확대 필요
한-칠레, 한-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포도 수입이 급증했다. 대량 생산을 무기로 밀고 들어온 외국산 포도에 국내 포도 생산농가는 공멸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다 국내 포도농가가 샤인머스켓을 생산하면서 포도 수입이 점차 줄어들고 수출까지 늘어나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포도 수입은 2021년 6만5275톤에서 2025년 4만650톤(10월 기준)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포도 수출은 2315톤에서 5133톤으로 늘어났다.
포도 수출이 증가하자 국내 포도 재배면적도 증가했다. 2020년 9988㏊였던 재배 면적은 2024년 1만2100㏊로 확대됐다. 생산량도 같은기간 16만5906톤에서 19만9000톤으로 증가했다.
품종별로 보면 샤인머스켓이 크게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다른 포도 품종의 확산속도도 비례해 증가했다.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은 전체 포도재배 면적의 41.6%로 가장 높았다. 2017년 4%에 불과하던 샤인머스켓 비중이 5년 동안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포도농가 중 샤인머스켓으로 재배전환이 많았고 타 품목(복숭아 사과 참외 등)에서 전환, 귀농 품종으로 선호도까지 높아 신규 면적이 늘었다.
이처럼 FTA 체제에서 국내 농가들이 피해를 극복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포도의 경우 샤인머스켓이라는 외국산 품종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배해 경쟁력을 키우기도 했지만 국산 자체 품종 개발에도 속도가 붙는 효과가 나고 있다.
◆2015년 샤인머스켓으로 시작된 반전 = 국내 포도농가들은 포도 선호도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껍질째 먹고, 씨가 없어야 한다는 흐름을 읽었다. 대표적인 품종이 샤인머스켓이다. 2015년 국내에 들어온 샤인머스켓은 높은 당도(평균 18브릭스)와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편의성에 힘입어 최근 재배면적이 급속히 증가한 품종이다.
전통 품종인 캠벨얼리와 거봉은 자흑색 포도 충성 소비층이 형성돼 있었지만 소량 포장이나 시장 활성화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 시장구조 안정을 위해서는 품종 다변화와 저장성 개선 등을 통해 포도 출하 시기를 분산할 필요가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이같은 포도시장의 변화에 따른 품종 개발에 나섰다. 핵심은 껍질째 먹어야 하고, 씨 없이 아삭하고 다양한 향과 모양을 가진 포도가 필요했다.
품종개발로 태어난 국산 포도가 ‘코코볼’ ‘슈팅스타’ ‘홍주씨들리스’다. 이 품종은 출하 물량이 늘면 샤인머스켓 편중 현상을 일부 해소해 농가 소득이 다양해지고 소비자 선택폭도 넓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코볼’은 코코아 빛을 띠는 얇은 껍질에 손으로 빚은 듯한 결이 돋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껍질째 먹어도 될 정도로 껍질이 얇고 과육이 단단하며 아삭하다. 당도는 평균 19브릭스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송이가 성글게 달려 알 솎는데 드는 노동력을 줄일 수 있어 소비자는 물론 농가로부터 매력적인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4년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1년 만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천안 영천 상주 지역을 중심으로 5㏊에서 재배 중이다.
‘슈팅스타’는 별똥별이라는 뜻에 걸맞게 별빛이 흩뿌려진 듯한 독특한 껍질 색과 톡 터지는 듯한 솜사탕 향이 난다. 평균 당도는 19브릭스 이상이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아삭한 식감에 독특한 향과 색을 지녀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부터 상주를 중심으로 20톤가량(재배면적 3㏊ 추정)이 출하돼 백화점과 온라인 시장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홍주씨들리스’는 씨 없는 빨간 포도라는 뜻의 품종이다. 아삭한 식감에 껍질째 먹을 수 있다. 평균 당도는 18브릭스 이상,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섞여있다. 전체 묘목 보급으로 보면 100㏊로 추정되는데 특히 상주와 홍성 지역을 중심으로는 5㏊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30년까지 세품종의 재배면적을 총 300㏊까지 늘려 보급할 계획이다. 한국포도회는 묘목 보급과 현장 실증, 한국포도수출연합은 국내외 홍보와 수출 기반을 지원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지자체 연구진은 재배 지침서 개발과 기술 지원을 맡고 있다.
내년부터는 홍콩·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품종별 1톤가량 시범 수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은 “코코볼 슈팅스타 홍주씨들리스 등 국산 신품종은 소비자 기호에 맞으면서도 농가 소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품종”이라며 “전문 생산단지 구축으로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재배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를 지속함으로써 국산 포도 품종 다양화와 시장 확대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무역협정 이후 미국 포도 수입 증가하다 급감 = 미국의 포도산업을 보면 무역협정 이후 기류변화를 읽을 수 있다. 2024년 미국의 포도 수출량은 26만2605톤인데 이중 46.5%가 캐나다, 24.8%가 멕시코로 수출됐다. 다음으로 대만(5.3%) 호주(3.6%) 일본(2.6%) 뉴질랜드(2.3%) 순이다.
한국으로 수출한 미국 포도는 전체 생산량의 1.7% 수준인 4556톤에 그쳤다. 주목할 부분은 미국포도의 한국 수출량이 전년대비 33.3% 감소한 점이다.
미국 포도의 한국 수출은 2020년에는 2만3441톤까지 치솟았지만 2020년대 들어 수출량이 급감했다. 이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샤인머스켓에 비해 미국산 청포도는 당도가 낮아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만은 대표적인 한국 포도 수입국으로 자리잡았다. 2024년 대만의 한국 포도 수입량은 1479톤으로 전년대비 79.0% 증가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4만9200% 증가한 물량이다.
한국포도는 대만에서 고급 과일로 꼽히며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대만의 한국산 포도 수입단가는 ㎏당 8.2달러로 평균 포도 수입단가 4.1달러 대비 2배 높은 가격이다. 7월 기준 대만 온라인 소매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포도는 일본산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현재 대만 온라인에서 팔리는 한국산 포도는 모두 샤인머스켓이다.
FTA 체제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한국 포도가 수출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샤인머스켓은 재배 특성상 10월부터 다음해 1월에 수출물량이 집중돼 저장기간을 늘려 수출 공급기간을 다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수출용 포도는 미국과 협약에 따른 수출지 위생요건을 철저히 지켜야하기 때문에 수출단지 지정, 재배지 관리 및 검역, 포장 및 보관 등 단계에서 검역 절차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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