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국가R&D 불모지서 거점으로 변신
에너지·AI 연구시설 유치
예산 4천억서 9배 성장해
전남도가 4조원 규모 국가 핵융합 핵심 연구시설과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국가 연구개발(R&D)분야 거점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1조원 규모 ‘바이오·헬스 분야 강소형 복합단지’를 유치한다는 게 내년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국가 연구개발사업 집행자료에 따르면 전남에 있는 대학과 연구기관 등은 2023년 4270억원을 배정받아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를 차지했다. 반면 대학과 연구시설 등이 밀집한 대전(8조3000억원)과 서울(5조6000억원), 경기도(4조1000억원) 등이 연구개발비를 독점하면서 이 분야 역시 양극화가 심화됐다.
전남도는 이런 악조건에서 최근 1조2000억원 규모 국가 핵융합 핵심 연구시설과 2조5000억원 규모 AI컴퓨팅센터를 잇따라 유치했다. 두 분야는 국가의 안보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기술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해 서명한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on) 행정명령에도 포함됐다. 이렇게 중요한 연구시설을 확보하면서 관련 분야 연구 인력과 기업 등이 전남에 모이면 연구개발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특히 전남도는 에너지 대전환에 필요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로 꼽히는 핵융합 연구시설까지 확보하게 됐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 여러 개를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만큼을 에너지로 변환한다. 연구시설 운영에는 양자컴퓨터를 만드는데 필요한 초전도 도체, 1억도 정도의 온도와 압력을 유지하는 시설(토카막) 등이 필요하고, 이런 기술을 활용할 연구도 함께 진행된다.
국가 AI컴퓨팅센터에는 AI 학습과 추론에 꼭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최대 5만장 집적돼 초당 100경 번 연산(1엑사플롭스)하는 컴퓨팅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시설은 쳇GPT 제조사 오픈AI와 SK그룹이 투자할 데이터센터와 함께 AI분야의 새로운 사업 유형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두 가지 연구시설 유치로) 전남이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와 AI 융합 산업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남도는 광주시와 함께 국가 전략기술인 바이오 분야를 선도할 바이오·헬스 강소형 복합단지 유치에도 나섰다. 이 단지는 오송과 대구에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보다 작은 규모이며, 설치와 관련된 법률이 조만간 개정될 예정이다.
김기홍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핵심 연구시설 유치로 전남이 도약할 두 날개가 확보됐다”면서 “광주시와 협력해 바이오 분야 복합단지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