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요금 상승…단전 급증

2025-11-27 13:00:02 게재

인공지능시대 성장엔진 데이터센터 … 전력비용 청구서 가계로 향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산업의 확장은 미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디지털 엔진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미국인 삶을 뒤흔들고 있다. 전력 인프라 확충과 전기요금 상승 부담이 가계로 전가되면서 요금연체와 단전이 급증, 이들을 어둠 속으로 내몰고 있다.

27일 워싱턴포스트와 전국 에너지보조국협회(NEAD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내 11개 주 가운데 최소 8개에서 단전이 급증했다. 특히 뉴욕시의 경우 주거용 단전 건수가 1년 전보다 5배 증가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1~10월 27만가구 이상이 단전을 경험했고, 단전 비율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미국의 전국 평균 전기요금은 1월보다 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 상승률보다 3배 가까운 속도다. 미주리 37.4%, 노스타코타 30.3%, 오클라호마 29.9%, 아이오와 29.8%, 뉴저지 26.8% 등은 전기요금 인상률이 가파르다.

워싱턴포스트는 “전기요금 폭등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단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실직·이혼·의료비·신용카드 부채가 겹치며 경제적 자립 기반이 약해진 중산층 가구까지 전력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전은 더 이상 빈곤층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은 "6월 기준 미국의 20가구 중 1가구(약 1400만명)가 공공요금을 체납해 추심기관에 넘어갔거나 연체상태에 놓여있다"며 "평균 연체금액은 789달러(약 116만원)로, 2022년보다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NEADA는 “전기요금 상승은 신규 데이터센터를 수용하기 위해 전력회사가 전력망을 업그레이드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산업 확장이라는 신성장동력이 전력 인프라 비용을 폭발적으로 높이고 있고, 그 부담이 가계에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고도의 전력 집약 산업이다.

세계 데이터센터는 이미 중소 국가의 전력 사용량을 뛰어넘었고, 단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수만 대 이상의 서버 동시 운영)는 중소도시 전체 전력 소비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력회사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송전망 확장, 변전소 신설, 발전량 증설에 투자하며, 그 비용 대부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구조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성장을 가속하는 엔진이지만, 그 비용은 미국 가계의 전기요금 폭등이라는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AI가 낳는 부의 편향과 에너지 소비 구조를 해소하지 않으면 더 심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 전직 고위관계자는 “디지털 성장과 함께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가 같이 고민돼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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