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국힘, 반성문 쓸 일 차고 넘쳤다

2025-11-27 13:00:03 게재

‘윤심’ 급급, 이준석 대표 내쫓고 김기현 앉혀

제 밥그릇 챙기기 … 계엄해제표결 대거 불참

관저 앞 ‘체포 저지조’ 자처 … 당론 탄핵반대

12.3 계엄 1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석열과의 절연’ ‘대국민 사과’를 놓고 여전히 부정적인 분위기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사과해선 이길 수 없다”고 강변한다. 국민의힘은 정말 사과할 만큼 잘못한 게 없는 걸까. 야권에서조차 윤석열정권 3년 중 국민의힘이 반성문을 써야하는 대표적 장면으로 5곳을 꼽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내란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체포동의안)를 표결한다. 연합뉴스

① 윤석열정권 3년 동안 국민의힘은 수평적 당정관계보다 주종관계를 자처했다. 이준석 대표를 내쫓고, 친윤 김기현 의원을 대표에 앉혔다. ‘윤심’(윤석열 마음)을 받들어 자신들이 선출한 대표를 자기 손으로 끌어내린 것. 친윤 초선 50명은 연판장까지 돌리면서 나경원 의원의 출마를 막았다. ‘윤심’이 나경원의 출마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윤심’ 눈치만 볼 뿐 윤 전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을 겨냥한 쓴소리는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주종 관계를 자처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독주를 사실상 거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② ‘윤심’ 좇는데 바빴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뒷전에선 이권놀음에 정신이 팔렸다. 친윤은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당직을 독식했다. 내각과 대통령실에도 친윤이 대거 진출했다. 윤핵관 실세들은 인사와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렸다.

특검은 윤핵관 권성동 의원을 2022년 1월 통일교측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윤심’을 업고 대표직에 오른 김기현 의원의 부인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으로 폭주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빴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③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날, 국회는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했다. 야당 의원 대부분은 국회 담을 넘어 들어와 찬성표를 던졌지만 국민의힘 의원은 18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나머지 90명은 불참했다.

특검은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국회는 27일 오후 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한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이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대거 불참한 건, 국민의힘이 절체절명의 그 순간까지 ‘윤심’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 대목으로 읽힌다.

④ 계엄이 무산되고 공수처와 경찰이 윤 전 대통령 체포에 나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저 앞으로 몰려가 막아선 것도 국민의힘에게는 ‘부끄러운 장면’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월 공수처와 경찰이 관저를 찾을 때마다 관저 앞에서 ‘체포 저지조’를 자처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한 조경태 의원은 “체포영장을 막기 위해 관저로 간 45명은 인적 청산의 핵심 대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⑤ 윤 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반대했다. 다수 국민이 “불법계엄을 용서하면 안 된다”며 탄핵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1차 탄핵 표결(지난해 12월 7일)을 정족수 미달로 막은 데 이어 2차 표결에서도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탄핵 표결은 국민의힘 이탈표(12표)에 힘입어 가까스로 가결됐다.

만약 국민의힘이 탄핵을 막는 데 성공했다면 윤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조기대선을 막는 데만 급급한 눈치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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