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량화재 더딘 재판 ‘기억의 공백’

2025-11-27 13:00:02 게재

2018년 화재 2022년 기소…증인마다 “기억 흐릿”

‘결함 은폐’ vs “기술적 변수”…수년째 형사·손배소

2018년 발생한 BMW 차량 화재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발생 후 6년이 지나면서 관련자들의 기억이 희미해져 사실관계 파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2단독 구창규 판사는 26일 BMW코리아 AS 부서장 전 모씨 등 4명과 BMW코리아 법인의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 사건을 심리했다.

이날 재판에서 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정비사로 근무하는 이 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BMW 화재 차량의 수리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는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이 흐릿하다”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이 많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BMW 일부 디젤 차량의 연속 화재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잇따른 화재에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렸고 2018년 12월 조사 결과 화재의 원인이 차량의 배기가스를 회수해 다시 연소시키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의 설계용량 부족으로 판단했다. 당시 조사단은 이와 관련된 화재를 52건으로 파악했다.

BMW는 결함을 인정하고 약 10만6000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독일 본사 조사팀과의 합동조사 결과에서도 EGR 모듈 이상이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2022년 5월 BMW 디젤 차량에 화재 결함이 있음을 알고도 이를 숨긴 혐의로 전씨 등 관계자를 불구속기소했다. 반면 김효준 BMW코리아 전 대표 등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형사재판은 3년째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열린 공판에서도 BMW 정비기술사가 증인으로 나와 “화재 발생 사안은 인지하고 있지만 원인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피고인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과 김앤장은 알려진 결함 외에도 추가적인 기술적 변수를 제기했다. 이들은 “냉각수 누수로 인해 침전물이 생성되고, 이 침전물의 발화점이 약 250도로 낮아 불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불티가 흡기다기관에 천공을 일으켜 외부로 튀어 나가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6일 재판에서 이씨는 “EGR 누설 흔적과 흡기다기관 천공 현상 자체는 기억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정비 과정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BMW 본사조차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정비사는 본사가 마련한 대책자료의 절차에 따라 작업했을 뿐, 독자적으로 원인을 파악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16일 열린다.

한편 차량 화재와 관련해 차주 800여명이 2018년 BMW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에서 6년째 진행 중이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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