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내란사태 1년, 지금 대한민국은

2025-11-28 13:00:01 게재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가 발발한 지 1년이 다 돼간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내란정권이 무너진 자리에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선 지도 내일모레면 6개월이다. 내란 주범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내란을 이겨낸 K-민주주의는 K-컬처와 더불어 대한국민의 새로운 자부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내란상태다. 내란 주범들은 반성은커녕 무슨 독립투사라도 된 것처럼 당당하기만 하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 어게인’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고 내란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정권 시절 적폐청산의 교훈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또 다시 오만병이 도져 ‘내란몰이’에 여념이 없다. 내란 1년이 되도록 도무지 바뀌지 않는 정치권 풍경들이다.

모든 것이 다 썩어도 뻔뻔한 얼굴은 썩지 않는다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내란 주범들의 태도는 국민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것 같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은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보수논객들조차 “그가 한때 우리의 대통령이었다는 게 부끄럽다”며 혀를 찬다.

해리 S.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책상에는 이런 문구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그런데 윤석열은 자신만 살자고 부하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중앙선관위와 민주당사에 계엄군을 보낸 것은 김용현이고, 정치인 체포명단은 여인형이 작성했단다. 골목대장만도 못한 윤석열의 이런 추태를 내란 대선배 전두환이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몰염치가 무슨 덕목이나 되는 양 낯두꺼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윤석열뿐만 아니다. 재판 중 지지층을 향해 ‘엄지 척’을 해 보이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나 재판정인지 아스팔트 집회장인지 구분도 못하는 진상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렇게도 최승호 시인의 시 ‘모든 것이 다 썩어도 뻔뻔한 얼굴은 썩지 않는다’(‘방부제가 썩는 나라’ 표제시 전문)와 똑같은지 신기할 따름이다.

내란 동조자이자 피해자인 국민의힘도 참 안쓰러워 보인다. 1년이 다 되도록 윤석열과 ‘헤어질 결심’은커녕 내란의 늪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있어서다. 윤석열 면회를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내가 황교안이다”라고 외치는 당 지도부를 보면 ‘아예 망하기로 작정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를 주도하는 장동혁 대표는 이런 역주행에 대해 ‘선 지지층 결집-후 중도확장 전략’이라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렇게 가면 신년에는 ‘지지율 골든크로스’가 이뤄질 거라고 여긴다고 한다.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오죽하면 보수언론조차 “‘윤석열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는 털끝만한 노력도 없이 중도층이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동아일보 11월 25일자 사설)고 일침을 놓았을까.

민주당은 또 다른 의미에서 내란병 환자다. 정청래 지도부가 ‘내란’을 전가의 보도 삼아 완장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문재인정권 때의 그것보다 더 심하다. 중진 초선 할 것 없이 강성지지층 눈치만 보며 폭주하는 민주당에게 촛불권력에 취했다가 5년 만에 정권을 헌납한 교훈을 잊지 않길 기대한 것 자체가 헛된 꿈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민주당이 이렇게 막나가는 이유는 어떻게 해도 내년 지방선거는 이긴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현재 분위기로는 서울시장 충청권단체장 탈환도 버겁다고 한다. 내란사태 1년의 선거지형도가 이럴진대 3년 뒤 총선은, 그 다음 대선은 또 어떻게 될까.

주권자들이 지금 정치판 드잡이질에 심드렁한 이유

지금 여야 서로 내란을 놓고 드잡이질이지만 정작 주권자들은 심드렁한 것 같다. 여당이 “내란정당 해산절차를 밟겠다”(정청래)고 해도, 야당이 “괴물 이재명정권을 끝내겠다”(장동혁)며 장외에서 목울대를 세워도 극렬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느 집 개가 짖나’ 하는 식이다.

그건 아마 주권자 머릿속에 촛불항쟁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일 게다. 큰 기대를 걸고 힘을 보탰던 문재인정권에 대한 실망의 기억들이 주권자들의 정치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것을 내란을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큰 오산이다. 내란에 대한 주권자들의 심리적 저지선은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 내란동조세력의 장외투쟁에 눈길도 주지 않는 것, 그리고 민주당 절반수준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그 반증이다.

누가 고개를 외로 틀고 있는 주권자들의 마음을 열까. 진정한 내란척결도 6개월 뒤 지방선거 승부도 거기에 달려 있다.

남봉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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