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검찰의 진심이 전달되려면

2025-11-28 13:00:01 게재

“우리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법치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온 진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4일 자리에서 물러난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은 퇴임사에서 최근 검찰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이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21일 새로 부임한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박탈감과 자괴감이 든다”고도 했다. 지난 10년래 최대 규모인 161명의 검사들이 올해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고 하는 걸 보면 그렇게 느끼는 검사들이 많은가 보다.

열심히 범죄수사를 했을 뿐인데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대다수 검사들이 갖는 허탈함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국민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지난 9월 국회에서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세계일보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개정안 통과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52%로 절반이 넘었다.

사실 아무리 거대 여당이라도 국민 지지가 없으면 검찰청 폐지를 밀어붙이는 건 힘든 일이다. 검찰은 신세 한탄이나 정치권을 원망하기보다 왜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는지부터 살폈으면 한다.

검찰은 지난해 대통령 경호처 소속 보안시설에서 김건희 여사를 한차례 조사하고는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황제조사’ ‘출장조사’라는 비아냥까지 나왔지만 도이치 사건 수사팀은 “굉장히 노력했고, 수사를 왜 안했냐고 하면 조금 억울한 마음이 있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특별검사팀은 출범 한달여 만에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를 찾아내 구속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최근 법원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윤석열정부 들어 구성된 2기 수사팀이 추가기소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2기 수사팀은 이재명 당시 야당 대표를 공범으로 엮으려고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추가 수사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재판에서 무리한 수사와 기소였다는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항소 포기’에만 반발할 뿐 잘못된 수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검사로부터 “배를 가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심지어 수사팀이 녹취록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니 경찰 견제나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보완수사권 만큼은 유지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도 자신의 권한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기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진심을 몰라준다고 아쉬워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 믿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수사권과 공소권을 남용하지 않았는지부터 철저히 살피고 합당한 조치를 했으면 한다.

구본홍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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