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인프라’가 전력정책 핵심

2025-11-28 13:00:01 게재

정부, 12차 전기본 수립 착수 … 균형있는 에너지믹스와 전력망 확충 선결과제

정부가 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계획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을 위한 전기화 확대 등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력정책 전문가들은 “12차 전기본은 단순 전망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약과 비용부담의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제10차 전력정책심의회를 개최하고, 12차 전기본 수립계획 등을 논의했다. 내달 계획수립에 본격 착수하면 내년 4분기쯤 기사화될 전망이다.

가장 큰 변수는 AI 데이터센터다.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는 기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보다 3~5배 높은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 냉각·전원공급장치(UPS) 설비까지 포함하면 단일 시설이 중소도시 전체의 소비전력을 넘어설 수 있다.

추가 전력수요의 구조적 성격도 정책에 반영해야할 주요소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냉각·네트워크 장비가 24시간 가동되는 상시 부하(load) 특징을 가진다. 상시 부하는 전기설비나 시설물에서 항상 작동하거나 지속적으로 전력을 소비하는 설비를 말한다.

소비전력이 단순 증가하는 것만 아니라 항시 최대 수요에 가까운 베이스로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반도체공장의 경우 완공 이후 라인에 전력공급이 한 번이라도 끊기면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 따라서 설비 증설은 곧 안정적 전력공급 설비 확충을 필수 요건으로 만든다.

수도권 택지개발계획도 이어져 생활·상업·산업 수요가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전력수요 증가’가 아니라 ‘지속적인 기반 수요 확장’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전원구성 논의도 12차 전기본의 핵심 쟁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범위, 신규 원전 건설,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역할 조정 등이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절대적인 존재지만 출력 변동성이 커 계통 안정성 확보가 필수다. 간헐성에 대한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봄·가을의 재생에너지 공급과잉 문제는 특정 계절과 시간대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역정전 위험’이 내재돼 있다.

원전은 대규모 베이스로드 확보가 가능해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과 같은 상시 수요대응에 유리하다. 하지만 건설기간이 오래 걸리고, 안전성과 지역수용성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다. LNG열병합발전은 건설이 용이하고, 안전성과 주민수용성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와 수도권 인근에 설치가 가능하다. 송전망 구축부담도 적다. 다만 탄소배출이 석탄을 제외한 타 에너지원보다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브릿지 연료라는 점이 한계다.

결국 균형적인 에너지믹스와 전력망 확충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지역에는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지만 실제 산업 수요는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단지에 집중돼 있는게 현실이다. 송전 병목을 해소하지 않으면 전력수급 불안정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인한 전력망 업그레이드 비용이 가계요금으로 전가되며 전기요금 연체에 따른 단전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구조상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점을 명확히 알리고 국민동의를 받는 일도 필요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24시간 전기가 필요한 반도체공장 증설, AI데이터센터 신설, 수도권 택지개발로 전력수요는 증가하는 구조”라며 “따라서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신규 발전설비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설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봄·가을철 전력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정전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획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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