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김국주 칼럼집 오래된 현재

10년 전 경제 과제, 지금도 유효하다

2025-11-28 13:00:05 게재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이 2008년 이후 국내 여러 신문에 게재한 칼럼을 모은 ‘오래된 현재’를 출간했다. 책 제목은 과거 칼럼이 다룬 경제 과제들이 현재에도 그대로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책은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10년 시점부터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시작된 시기의 글들을 주제별로 엮었다. 환경 사회환경 자연환경을 다룬 1부를 시작으로 경제 이전의 과제 세계 경제의 여러 과제 지역별 과제 등 4개 부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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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머리에서 “경제 그 자체가 우리 삶의 최종적 가치는 아니지만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필요조건”이라며 “많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면한 여러 문제들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쓴 칼럼이라는 점 때문에 출간을 오래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전업작가가 아닌 자의 그림도 때로는 보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책을 내는 용기를 줬다고 했다.

특히 그는 최근 국내외 상황이 자신이 초신성(超新星 supernova) 이론까지 소환해가며 우려했던 바와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 금융시장의 자산가격 거품과 트럼프 집권 2기의 미국 신국수주의(MAGA)가 대표적이다.

마무리 글에서는 2022년 3월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양적완화로 공급된 달러를 매월 일정액 회수하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계 금융계 언론계가 침묵하고 있다”며 “자산가격 거품의 붕괴와 가격 파괴력에 겁을 먹고 애써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저자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던진 “일어날 것을 기다리던 사고(an accident waiting to happen)”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큰 사건은 오랜 기간 성숙된 이후에 갑자기 터진다”고 강조했다.

1945년 서울 태생인 김국주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환은행에서 근무했다. 입행 직후 통혁당 사건으로 서대문형무소 독방에서 6개월을 보냈다.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를 완역해 독서 서클 회원들과 나눴는데 그것 때문에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외환은행 복직 후 뉴욕 런던 시애틀 등 해외 지점에서 근무했으며 삼양종합금융 대표이사 재직 중 IMF 외환위기를 겪었다. 그는 “IMF로 선진 금융가의 꿈이 무너졌던 50대 초반도 힘든 시간이었다”며 “실직자로서 수원으로 이사해 아내와 함께 동네 공원을 밤마다 달리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고 회고했다. 이후 제주은행장을 역임했고 제주 곳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제주에서 아름다운가게 제주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두 차례 그림 개인전을 열어 모든 수익을 사회단체에 기부했으며 최근에는 그림 에세이 ‘나는 시간을 그린다 1·2’도 출간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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