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 심상찮은 국민의힘…‘추경호 영장’ 변곡점 예고

2025-11-28 13:00:01 게재

당권파-비당권파, ‘경선 규칙’ ‘계엄 사과’ 놓고 연일 입씨름

영장 기각되면 강경노선 고수 … 발부되면 쇄신 요구 힘 실려

국민의힘에서 지방선거 경선 규칙과 계엄 사과를 둘러싼 내분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비당권파는 “경선 규칙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 “12.3 계엄 1년을 맞아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당권파는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내주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내분 양상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추경호 체포동의안 처리 항의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뒤 회의장에서 퇴장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28일 국민의힘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지방선거 경선 규칙과 계엄 사과를 놓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당권파는 ‘당원 50%+국민 50%’인 경선 규칙을 ‘당원 70%+국민 30%’로 바꾸자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후보 경선 때 당원 비중을 높이자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가 설치한 지방선거총괄기획단(단장 나경원 의원)이 규칙 변경을 제안했고, 장 대표는 “당 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해 왔고, 당원의 권리 확대도 약속해 왔다”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혔다. 강성보수 성향인 장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당원 투표에서 우위를 보이며 당선됐다.

반면 비당권파는 현행 규칙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김재섭·박정훈·고동진·조은희 의원 등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22명은 27일 성명을 통해 “민심을 뒤로한 채 당심을 우선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향은 중도층과 무당층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 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인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심을 우선한 경선 규칙으로 후보를 뽑으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평소에는 핵심 지지층을 단단하게 뭉치는 축소 지향의 길을 가다가도 선거가 6개월, 1년 전으로 다가오면 오히려 확장 지향을 펼치며 지지층을 확산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며 “확장 지향의 길을 갈 때임이 분명한데 오히려 축소 지향의 길을 가고 있다. 신중해야 할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은 계엄 사과를 놓고도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비당권파에 속하는 김재섭·김용태 의원은 27일 계엄 사과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도부에서도 사과와 성찰의 메시지가 나가면 좋겠고, 그게 안 된다고 하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초재선 의원 10여명이 당 지도부와 별도로 사과 성명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전했다.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들도 계엄 사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 시장은 “사과를 5번 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떤가. 당의 진심, 진정성이 국민에게 가 닿을 때까지 계속해 진심 담은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권파는 계엄 사과 주장에 대해 “우리가 무슨 말을 하면 민주당이 이 전쟁을 끝내주나. 고개를 숙이면 고개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릴 것”(장 대표, 24일)이라며 냉랭한 반응이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27일 SNS를 통해 “사과를 안 해서 진 것이 아니다. 무릎 꿇지 않아야 할 때 굴종했기 때문에 진 것이다. 당당히 맞서야 할 때 맞서지 못했기 때문에 진 것이다. 사과와 굴종을 구분하자”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당의 대표에게 무릎 꿇으라 외치지 말라. 당원을 대표하는 당 대표를 무릎 꿇리는 것은 우리 지지자들의 무릎을 꿇리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의 갈등은 내주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만약 추 의원 영장이 발부된다면 비당권파의 ‘윤석열과의 절연’ ‘계엄 사과’ ‘경선 규칙 변경 불가’ 등 쇄신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는 밖으로는 민주당의 ‘위헌정당 해산’ 공세에, 안으로는 비당권파의 쇄신 요구에 부딪히면서 심각한 리더십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반면 영장이 기각된다면 당권파가 주도권을 쥐면서 ‘이재명정권 퇴진’을 앞세운 강경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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