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잇단 항소포기로 몸살

2025-11-28 13:00:05 게재

대장동 이어 패스트트랙 충돌도 항소 포기

검찰 예규 안지켜 여야로부터 공격 잇달아

검찰 “분쟁 최소화” … 나경원 등 8명 항소

검찰이 ‘대장동 사업’에 이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선고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검찰이 예규에 따르지 않고 항소를 포기했지만 해당 피고인들은 항소하면서 여야로부터 잇달아 공격을 받고 있어서다.

28일 국회와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전날 오후 4시 25분 공지를 통해 서울남부지검과 대검의 심도 있는 검토·논의 끝에 피고인 26명 모두에게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검찰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시한을 7시간가량 남겨놓고 나온 판단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은 폭력 등 불법 수단으로 입법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죄책이 가볍지 않았다”며 “일부 피고인에 대해 구형 대비 기준에 미치지 못한 형이 선고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범행 전반에 유죄가 선고됐고, 범행 동기가 사적 이익 추구에 있지 않은 점, 사건 발생일로부터 6년 가까이 장기화한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트랙 충돌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극한 대치를 벌이다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건이다.

법원은 지난 20일 국민의힘 피고인 26명 모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경원 의원이 총 2400만원(특수공무집행방해 2000만원·국회법 위반 400만원), 송언석 원내대표가 총 1150만원(1000만원·150만원)을 받는 등 액수가 적지 않지만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국회법 위반 혐의 500만원을 넘는 피고인은 없었다.

검찰의 항소 포기에 따라 현역 6명과 지방자치단체장 2명은 모두 선출직을 유지하게 됐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다만, 항소시한인 이날 자정 기준으로 나경원·윤한홍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 이장우 대전시장, 김성태·곽상도·김선동·박성중 전 의원 등 8명이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법원은 밝혔다.

항소한 피고인들은 당시 행동의 정당성을 끝까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다수결 독재, 의회 폭주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다시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소한 피고인에 한해 2심 재판이 이어지게 된다.

검찰의 패스트트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여야는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국민의힘은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해야 한다며 정부와 검찰을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의 패스트트랙 항소 포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법원의 판단을 비판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문제가 없으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피고인들에게 중형이 선고됐고 그중 일부는 구형보다 더 높은 형을 받아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검찰의 패스트트랙 충돌 항소 포기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만든 예규조차 무시한 선택적 법 집행이자 ‘우리 편 봐주기’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검 예규에는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는데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고했다면 항소 요건을 갖춘 것으로 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형의 종류(무기·유기·벌금)가 달라진 경우 △형의 종류는 동일하나 선고형량이 구형량의 절반 미만인 경우 등에 항소하게 돼 있다.

앞서 검찰은 나 의원 징역 2년, 송 원내대표 징역 10개월 등 이철규 의원을 제외한 현직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한 바 있다.

항소 포기와 관련 검찰 내부의 반응도 달라 눈낄을 끌었다.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서는 18명의 검사장들을 비롯한 일선 검사들이 나서 집단성명을 내는 등 반발해 당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 등이 사표를 제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패스트트랙 항소 포기와 관련해서는 28일 현재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박범계·박주민 의원과 이종걸·표창원 전 의원,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 보좌관 및 당직자 등 10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 2020년 1월 이후 5년 10개월여만이며, 충돌 사건 당시인 2019년 4월로부터는 6년 7개월여만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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