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매파적 동결…시중금리 역주행 가속화하나
한은, 추가인하에 중립적 자세로 후퇴
국채 등 시장금리 급등…가계대출금리↑
미국 금리인하 추이, 물가 동향이 변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한은이 일회성 동결이 아닌 상당기간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이 멀어진 점도 시장의 금리 역주행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27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에서 동결하면서 추가 인하를 시사하지 않았다. 이른바 ‘매파적 동결’이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결정문에서 기존까지 들어있던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간다’는 문구를 빼고, ‘추가 인하할 가능성’으로 대체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이후까지 내다본 전망에서) 동결 가능성 3명, 인하를 열어두자는 위원 3명으로 나뉘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금리인하 기조에서 방향 전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면서 시장금리는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7일 3.013%까지 치솟았다. 전날(2.895%)보다 0.118%p나 급등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국고채10년물도 이날 3.351%까지 치솟아 전날(3.251%)보다 0.100%p 상승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2.911%) 이후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하락하다 올해 5월(2.331%)까지 계속 떨어졌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동결을 지속하면서 6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이창용 총재가 언론인터뷰 등에서 금리인하 기조가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하면서 급등하다 27일 기준금리 동결이후 3%까지 치솟았다.
은행권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9월(4.17%)보다 소폭 상승한 4.24%를 보였다. 5월(4.26%) 이후 하락하던 추세에서 오름세로 전환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27일 기준 연 3.77~6.07%로 집계됐다. 지난달 연 3.39~5.69% 수준에서 한달 만에 0.38%p나 상승했다.
이처럼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인하에 중립적으로 돌아서면서 향후 금융시장은 당분간 높은 금리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이 내년 1월 차기 금통위까지 부동산시장과 환율, 물가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초로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다음달 예정된 미국 연준(Fed)의 정책금리 결정 등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 예상대로 연준이 12월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내년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자가 강력한 금리인하 신호를 보내면 단기적으로 금리는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미국 움직임도 결국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 흐름에 따라 금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이후 미국발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얼마나 전가될지 등도 금리수준을 결정하는데 주된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을 각각 기존 전망치에서 소폭 상향 조정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