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심 제대로 못 읽는 장동혁 대표

2025-12-01 13:00:05 게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8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아 “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러왔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들께 혼란과 고통을 드렸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윤석열과의 절연’ ‘계엄사과’ 요구가 빗발치자 내놓은 첫 입장 표명이다.

국민은 장 대표의 발언을 진정성 담긴 사과라고 받아들일까. 어림없어 보인다. 반성의 시늉만 냈을 뿐, 민주당에게 계엄 책임을 떠넘겼으면 하는 속내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장 대표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절대다수 국민은 윤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불법계엄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국민은 윤 전 대통령의 사법적 단죄를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하고, ‘윤석열 폭주’를 방관하고, ‘윤석열 계엄’을 막지 못한 국민의힘에게도 정치적 책임을 묻고 있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아스팔트 목소리가 민심이 아니라, 이게 진짜 민심이다. 장 대표가 민심을 잘못 읽어 ‘윤석열과의 절연’ ‘계엄사과’를 외면하는 바람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왜 국민의힘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가.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폭언과 폭음을 일삼고 자신의 주장만 떠벌이는 ‘자격 미달 후보’였음을 간파하고 있었지만 ‘공정의 아이콘’으로 거짓 포장해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국민의힘 스스로 집권여당을 대통령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다. 대통령이 당 대표를 끌어내리라면 끌어내렸고, 특정인을 대표로 앉히라면 앉혔다. 그 대가로 친윤(윤석열)은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따위의 벼슬을 만끽했다.

윤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을 저지른 날 국민의힘은 온 국민이 절박하게 바라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무더기로 불참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90명이 표결을 하지 않았다.

국민이 목숨을 걸고 막아선 덕분에 불법계엄이 무산된 뒤 공수처와 경찰이 윤 전 대통령 체포에 나섰을 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남동 관저 앞에 몰려가 ‘인간 방패’를 자처했다.

국민의힘은 다수 국민이 요구한 ‘윤석열 탄핵안’까지 막아섰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는 바람에 탄핵안은 두번째 시도 끝에 가까스로 통과됐다.

민심은 윤 전 대통령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게도 불법계엄의 책임을 묻고 있다. 장 대표가 민심을 제대로 읽는다면 계엄 1년에 즈음해 ‘윤석열과의 절연’ ‘계엄 사과’를 명확하게 선언해야 한다. 진정성을 담아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넘긴다면 대통령 꿈을 꾼다는 장 대표에게 더 이상의 정치적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엄경용 정치팀 기자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